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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리금 18억 폭탄…지하상가 불법 ‘재재재 임대’ 성행
서울 주요 지하상가(지하도ㆍ지하철역 상가포함) 권리금이 지상(地上) 상가의 평균 4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하철역 상가 내 점포는 권리금 십 수억원에 거래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문학적인 권리금 이면엔 ‘상가판 전전세’로 요약되는 불법 재임대(전대)가 일상화 한 환경이 도사리고 있다. 피해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억’소리 나는 권리금…불법 재임대 만연= 지난달 31일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강남역ㆍ고속버스터미널역ㆍ잠실역ㆍ영등포역 등 서울 주요 지하도ㆍ지하철 역 상가 점포 1180여개의 권리금 시세(A급지 기준)는 평균 5억∼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하상가가 있는 지역들 지상(地上)상가 평균 권리금 1억2600여만원(2월 기준)의 4∼6.3배 수준이다.

상가뉴스레이다의 분석도 고액권리금 실태를 뒷받침한다. 강남역 지하상가 기준 작은 점포 3∼4칸을 합쳐 만든 매장 권리금은 10억원을 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가 전문 중개인은 “잠실역 지하상가의 한 여성관련업종 점포(19.8㎡규모)는 2년 전 권리금 18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는 불법재임대(전대) 탓이 크다. 일종의 ‘상가판 전전세’가 성행하고 있는 것.

소공동지하쇼핑센터의 한 상인은 “전전세는 물론 전전전세도 있다”며 “나도 2년 전 ‘권리금 1억원’이 적힌 계약서에 사인하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입찰도 아무나 못 받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대가 만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하도상가관리조례 5조에 따르면 상가 내 점포를 1개 이상 임차 중인 개인, 법인은 입찰에 참가할 수 없다. 그러나 바닥서 잔뼈가 굵은 상인이나 컨설팅 업자 등 ‘터줏대감’을 통하지 않고선 입점이 어려운 경우도 상당하다.

2009년께 잠실역 지하상가에서 지인의 점포를 전대받아 운영했다는 최은상(가명ㆍ33)씨는 “돈 많은 개인이거나 인맥이 풍부하지 않으면 초보가 응찰하긴 힘든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한 상가거래 정보업계 관계자는 “(규정이 있어도) 최초 입찰받은 점포주가 재차 삼차 낙찰 가능한 게 현재 구조”라며 “수십년 간 한 점포를 자녀에 물려주는 식으로 장사를 계속하니까 전대할 때 권리금은 천문학적으로 뛸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등골 휘는 초보ㆍ영세 세입자…단속은 요원=상황이 이렇다보니 사정을 잘 모르고 전대받은 상인이나 상대적으로 영세한 세입자들은 법적 보호를 못받는 고액의 ‘권리금 폭탄’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인근 지하상가의 한 상인은 18㎡짜리 점포에 권리금 2억원, 월세 850만원(보증금 1억원)을 내고 있다. 기대만큼 장사가 잘 안되는 점포의 사정을 잘 모르고 권리금을 과다지불한 경우다. 그는 “하루 매출 60만원은 올려야 수지가 맞는데 절반인 30만원밖에 못 벌고 있어 파산 직전”이라고 하소연했다.

강남역 지하도상가에서 의류매장을 하는 신영진(가명ㆍ43)씨는 권리금과 월세를 ‘비용’으로 전가받은 사례다. 그의 점포는 20㎡규모에 권리금은 5억원, 월세는 2000만원 이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강남역 지하상가는 2009년 서울시설공단서 민간 위탁을 맡겼다. 각 점포 실 소유주들은 법인을 만들어 직접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2010년 9월 리모델링 당시 공사비를 1억원씩 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비용이 전대 세입자의 월세ㆍ권리금 등을 올렸다고 신씨는 주장했다. 그는 “법인에 속한 점포소유주는 월세 200만∼250만원만 내면 되지만, (전대 받은) 우리는 리모델링 비용을 떠안고 있다”며 “수지가 안 맞아 나가려는 상인들도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지하상가에서 전대는 완전히 일상화 한 상태여서 그 수치나 비중을 논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진단했다.

윤현종 기자 /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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