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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雜鬪雜說]‘격투기유학’ 윤형빈, 본보기는 이시영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종합격투기 대회에 출전해 승리를 거두면서 화제가 됐던 코미디언 윤형빈(34) 씨가 최근 올해 말 두번째 경기에 출전하겠다고 밝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중 일본으로 ‘격투기 유학’까지 다녀오겠다고 한다.

윤 씨는 이런 행보를 통해 자신이 격투기에 투신한 진정성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흥행을 원하는 대회단체와 떨어진 인기를 만회하려는 연예인의 야합이 아니라 격투 본능과 뜨거운 피가 자신을 철망으로 이끌었음을 호소하겠다는 것이다.

이즈음 해서 미녀 탤런트 이시영(32) 씨의 복싱 겸업 행보가 오버랩된다.

이 씨는 연예계 입문은 윤 씨의 2005년보다 늦은 2008년으로 후배지만, 격투 종목 입문으로 치면 선배다. 2010년부터 대회에 출전해 다섯 차례나 연속 우승을 거뒀다. 

‘저러다 말겠지’ 하는 시선을 아랑곳 않고 진심으로 매진하는 모습에 호평이 쏟아졌다. 비록 지난 해 국가대표 선발대회 우승을 놓고 결승전에서 편파판정이 있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결승전까지 도달한 자체는 정상권 기량을 갖췄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이 씨는 머리가 작고 마른 체형인 까닭에 동체급(48㎏)에 비해 신장과 팔이 길어 체격적으로 유리하다. 게다가 사우스포(왼손잡이)라 이런 이점이 배가된다. 펀치력이 약해 프로복싱 무대에서는 한계가 있겠지만 아마추어 복싱에서는 충분히 통할 아웃복싱 스킬도 갖췄다.

그런데 올해 인천아시안게임 출전 대표 선발전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최근 연예활동 스케줄과 겹쳐 제대로 준비할 수 없었기에 출전을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겸업이란 게 그만큼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다시 윤 씨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윤 씨가 데뷔전에서 상대했던 일본인 선수 타카야 츠쿠다는 공식 전적 1전(실제로는 3전이라고도 한다)에 불과한 무명 신인이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애초에 대회 주최사인 로드FC가 ‘윤 씨가 이길 수 있는 확률이 50%는 되는 선수’로 섭외했기에 이런 선수가 나온 것이다. 윤 씨의 승리는 절반은 예정돼 있었던 셈이다.

윤 씨가 눈이 휘둥그래질만큼 탄탄한 몸을 만들어 계체량에 나선 것이나 주변 트레이너들이 혀를 찰 만큼 훈련에 매진해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런 상대로는 진정성에 흠집이 갈 수 밖에 없다.

그보다 앞서 지난 2010년 격투기 무대에 뛰어들었던 ‘알통맨’ 이승윤(37) 씨는 국내 무명 선수에게 TKO패 했었다. 그 때 그 상대는 종합격투기 경력은 일천하지만 입식격투기에서 몇 차례 경기를 치렀던 녹록치 않은 선수였다. 그를 상대로 만약 윤 씨가 경기했더라면 결과가 어땠을까? 장담컨대 승리를 바라기 어려웠을 것이다.

올해 말 치른다는 2번째 경기에서는 질 각오를 하더라도 기량 수준이 낮지 않은 선수와 맞붙어야 타당하다. 탑클래스 파이터와 미스매치를 할 필요는 없지만 납득이 가는 기량은 서로 갖춰야 경기다운 경기가 된다.

솔직히 아직 많이 부족하다. 통상 종합무대 파이터들은 기왕에 다져온 무술, 타 격투기 경력을 고려하면 공식 전적 이상으로 강한 경우가 많다. 고작 2,3전짜리 신인 파이터들이 뿜는 킥펀치와 매끄러운 몸놀림조차 윤 씨와 큰 차이가 난다.

이야기를 다시 이 씨로 돌려보자. 이 씨는 소위 ‘신문 나이’가 아닌 우리나이로 33세다. 20대 초반의 선수들과 비교하면 체력과 회복이 크게 떨어진다. 더욱이 상위권 무대로 갈수록 더 많이 맞아야 하기에, 얼굴이 생명인 여성 탤런트로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지금까지의 ‘아름다운 도전’을 뒤로 하고 ‘아름다운 퇴장’을 고민해 볼 때다. 팬들은 박수를 칠 준비가 돼 있다.

윤 씨의 격투기 도전 역사가 이 씨의 그것처럼 아름답게 장식되려면 필요 조건은 바로 실력이다. 이 씨의 진정성은 땀과 기량으로 증명돼 왔다. 져도 상관없다. 선수로서 타당한 기량을 보여준다면 팬들은 기꺼이 박수와 환호를 보낼 것이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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