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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가의 얼굴을 벗기고 한 인간으로 되살린 트로츠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러시아의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1879~1940)의 이름 뒤에는 찬사와 논란이 함께 뒤따른다. 한편에선 그를 공산주의 이상사회에 대한 신념을 한순간도 저버리지 않은 순결한 혁명가라고 평가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그를 폭압적 국가 테러의 토대를 만든 편협하고 경직된 이념가라고 평가한다. 트로츠키는 레닌 사후 스탈린과 혁명 권력을 두고 치열한 대결을 벌였으나 패배해 1929년 추방당했고 1940년 암살당하고 말았다.

트로츠키의 불꽃같은 생애를 재조명한 전기 ‘트로츠키(교양인)’가 출간됐다. 일국(一國) 사회주의 건설에 반대하는 ‘트로츠키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기존의 트로츠키 전기와는 달리, 이 전기는 이상화된 트로츠키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복잡하고 모순에 가득 찬 ‘인간 트로츠키’의 민낯을 살핀다. 저자인 로버트 서비스 영국 옥스퍼드대 역사학 교수는 러시아 혁명사 분야 연구의 대가로 방대한 분량의 사료와 통찰력으로 트로츠키의 인간적인 모습을 되살린다.

이 전기는 4부로 이뤄져 있다. 제1부 ‘전위’는 우크라이나 남부 야노프카에서 성공한 유대인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트로츠키의 어린 시절, 혁명가의 길로 들어선 뒤 체포와 유배와 망명을 경험하는 청년기, 1902년 레닌을 만난 뒤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의 지도자로 떠오르는 이야기를 펼친다. 제2부 ‘지도자’는 레닌과 함께 10월혁명을 이끈 트로츠키의 활약상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제3부 ‘반대자’는 레닌의 죽음을 전후로 볼셰비키 당내에서 펼쳐진 트로츠키와 스탈린의 대결을 중심으로, 트로츠키가 권력 투쟁에서 패배한 뒤 알마아타로 추방당하기까지 과정을 정밀하게 보여준다. 제4부 ‘세계 혁명가’는 소련에서 추방당한 뒤 터키, 프랑스, 노르웨이를 거쳐 멕시코에 이르는 망명 생활과 제4인터내셔널 창립, 1940년 8월 20일 스탈린이 보낸 비밀 요원에 의해 암살당하는 최후의 순간을 담아냈다.

저자는 “트로츠키는 존경의 대상이었지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며 “기회가 와도 과감하게 권력을 장악하려 하지도 않았고,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 성격 탓에 당내에도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또한 저자는 트로츠키의 이론과 실천 속에서 테러ㆍ독재ㆍ전체주의로 이뤄진 스탈린 체제의 맹아를 발견하며, 트로츠키가 승리했다면 소련에 전체주의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도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저자는 “트로츠키의 적은 바로 트로츠키 자신이었다”며 “트로츠키는 ‘관료 체제’라는 것에 패배한 것이 아니라, 소련의 정치 현실을 더 잘 이해하고 있던 한 인간과 그 인간을 중심으로 한 계파에 패했다”고 분석한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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