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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禁女의 야구? 이젠 金女의 스포츠로…
야구(野球)야? 여구(女球)야?
베이징 올림픽이 분기점
늘어나는 여성팬 배려
미디어데이도 여대에서

톡톡 튀는 시구녀 화제
전문 아나운서들도
야구여신으로 인기몰이

지난 24일 이화여대 ECC. 봄을 맞은 여대 캠퍼스에는 야구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2014 프로야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앞두고 각 구단의 감독과 선수들이 참여하는 미디어데이가 열렸기 때문이다. 여대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야구선수로 뽑힌 SK와이번스의 김광현을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미디어데이 행사와 함께 열린 사인회도 여성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존 일반적인 행사장에서 진행하던 미디어데이를 여대에서 개최한 것은 프로야구에서 여성팬들이 차지하는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금녀(禁女)의 공간이던 야구가 이제는 금녀(金女)들을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야구장을 찾은 여성팬들. [사진제공=두산베어스]

자리메운 여성관중, 구단들도 여심(女心) 잡기 위해 동분서주

지난해 프로야구의 관중 수는 총 674만3904명. 700만명을 돌파했던 2012년에 비해 다소 감소했지만 2008년 이후 꾸준히 관중 수는 증가했다. 관중 수 상승의 일등공신은 바로 여성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대표팀의 선전과 함께 여성들이 대거 야구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국내 야구단 중 여성 마케팅의 선구자로 꼽히는 두산베어스의 김정균 마케팅 팀장도 지난 2008년을 여성관중 증가의 분기점으로 꼽았다. 김 팀장은 “2008년 올림픽이 끝나고 팬과 선수들의 만남인 ‘곰들의 페스티벌’ 때 여성팬이 대거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김현수 등 두산 선수들을 보기 위해 여성들이 몰렸다는 것. 그는 “이때 여성들이 향후 프로야구 흥행을 좌우할 요소라고 판단했다”며 “이후 관련 마케팅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퀸스데이 행사를 열며 선수들에게 핑크색 유니폼을 입혔고 행사 당일에는 입장료 할인, 선크림과 화장품 등을 제공하며 여심을 끌기 위해 노력한 것. 김 팀장은 “평소 경기에는 여성관중 비율이 32% 정도라면 퀸스데이에는 52% 정도의 여성관객들이 찾는다”며 “과거에야 우스갯소리로 볼넷을 얻은 선수를 보고 ‘오빠, 저 선수는 왜 천천히 걸어가?’라고 물었다지만 요즘 여성팬들은 웬만한 남성들과 비슷한 야구지식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은 혼자가 아닌, 남자친구, 가족과 함께 야구장을 찾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클라라, 신수지…야구장을 뒤흔든 시구녀들

그라운드 안에서도 여성들의 파워는 커지고 있다. 바로 시구녀들이다. 경기 전 시작되는 시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야구팬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시선을 사로잡은 시구를 한 여성들은 곧바로 인터넷 스타가 된다.

지난해 시구로 화제를 불러모은 클라라.[사진제공=두산베어스]

지난해에는 방송인 클라라와 리듬체조 전 국가대표인 신수지가 화제였다. 클라라는 지난해 5월 두산베어스-LG트윈스의 경기에서 몸에 달라붙는 유니폼과 레깅스를 입어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당시만 해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클라라는 이 시구를 계기로 각종 TV프로그램과 행사의 섭외 1순위 연예인으로 등극했다. 신수지는 전대미문(?)의 시구동작을 선보이며 큰 화제를 불렀다. 지난해 7월 두산베어스-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오른발로 몸을 지탱한 채 상체를 360도 회전하는 체조 동작인 백 일루전(Back Illusion) 시구를 한 것. 신수지의 백 일루전 시구는 미국 메이저리그(MLB)가 선정한 최고 화제 장면에 꼽히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카스포인트 어워즈 시상식에서 최고의 시구 인물로 선정되며 시구 종결자로 자리매김했다. 김정균 두산베어스 마케팅 팀장은 “과거에는 유명 연예인들에게 알음알음으로 시구를 부탁했지만 요즘은 먼저 시구를 하고 싶다고 피력하는 연예인들이 많다”며 “최근 시구자는 단순히 유명도가 기준이 아닌, 우리 팀을 진정으로 응원하는 팬임과 동시에 야구에 대한 예의가 있는 사람들로 선택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야구 여신…스포츠 전문 채널에 부는 여풍(女風)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야구 관련 방송에도 여풍이 대세다. 각종 스포츠 전문 채널들이 앞세우는 여자 야구 아나운서들은 물론 방송제작 인력도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다. 

최희

케이블 TV XTM의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베이스볼 워너비’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정혜인(31) 씨도 그중 하나다. 프로그램의 홍보, 진행 등 다양한 분야를 맡고 있는 정 씨는 “처음에는 여자가 야구 관련 일을 한다고 하면 신기해하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점차 방송가에도 여성 인력들이 늘고 있다”며 “남성들 못지않게 전문적 지식과 능력을 자랑하는 여성들도 많다”고 말했다. 두산베어스의 팬이기도 한 정 씨는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객관성”이라며 “비록 내가 응원하는 팀은 있지만 방송에서는 절대 치우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야구장에 여신이라 불리는 아나운서들도 빼놓을 수 없다. 공서영, 최희 등 간판급 야구 아나운서들은 야구장을 넘어 지상파 예능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며 어떤 아나운서가 진행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달라지기도 한다.

공서영

이처럼 야구장의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예전 농구가 오빠부대를 몰며 여성들의 인기를 얻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각 구단과 KBO도 지금의 인기에 만족하지 말고 여성 관중을 더 모을 수 있는 마케팅과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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