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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옹알스, 세계를 웃긴다…“샘 해밍턴은 한국, 우리는 호주”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웃기고 싶어 하게 된 행동이 아닌데도 사람들이 웃어주는 모습이 좋아 코미디언이 됐다”는 네 사람은 어느새 K-코미디의 전도사가 됐다. 퍼포디언(퍼포먼스+코미디언) 그룹 옹알스는 말 한 마디 없이 전세계를 ‘들었다 놨다’하는 한류 코미디언이다. ‘개그콘서트(KBS2, 조수원 조준우 채경선)’와 ‘웃찾사(SBS, 최기섭)’ 공채 출신 개그맨이 만난 옹알스가 또 한 번 세계 무대를 향해 발을 디뎠다.

“세계 3대 코미디 페스티벌 점령이 목표였는데, 이번이 두 번째네요. 에든버러 프린지에 참가할 때는 고깃집 알바와 마이너스 통장을 털어 참가비용을 마련했는데 이번엔 초정을 받게 됐어요. 멜버른에서 물꼬를 터서 몬트리올까지 넘어갈 수 있도록 잘 하고 싶어요.”(채경선)

4년 만의 성과다. 지난 2010년 세계 3대 공연예술축제(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캐나다 몬트리올 ‘저스트 포 래프(Just for laughs)’, 호주 멜버른 국제코미디페스티벌)로 불리는 에든버러 프린지에 참가한 옹알스는 지난 25일 개막한 멜버른 국제코미디페스티벌(멜버른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출국을 앞두고 있다.

최근 서울 방배동의 옹알스 사무실에서 만난 네 사람에겐 여유와 자신감이 비쳤다. “한국에서나 잘 하라”며 비아냥 섞인 시선을 받았던 4년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엔 멜버른 시내 120여곳 가운데 가장 좋은 위치의 공연장은 물론 숙식과 생활비까지 제공받는 ‘공식 초청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 선후배 코미디언들의 격려와 응원도 끊이지 않는다. 호주에서 건너와 한국을 웃긴 샘 해밍턴도 옹알스에게 힘을 주고 있다. “나도 멜버른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싶어 준비도 했었는데 쉽지 않았어. 옹알스 정말 대단해!” 샘 해밍턴의 감탄에 옹알스는 “이제는 우리가 호주를 웃길 차례”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외국에서는 ‘배블링 코미디(Babbling comedy)’로 소개되는 옹알스는 아기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 저글링, 마임, 그림자극, 비트박스를 보여주는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만난다. 에든버러 페스티벌 당시 2700여개의 팀 가운데 상위 12개 안에 들었고, 최고 평점인 별 5개를 받는 성과를 내자 지상파 9시뉴스를 연이어 장식하며 ‘코미디 한류 전도사’라는 거창한 수사도 따라붙게 됐다. 국내보다는 해외 공연 일정으로 한 해 스케줄을 채우는 것도 K-코미디 불모지에 발을 디딘 이후 얻게 된 성과였다. 그래도 4년 만에 달라진 대우는 옹알스 멤버들조차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늘 하던대로 무대에 설 예정이에요. 초심으로 돌아가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그런데 초심으로 돌아가는 게 너무 어려워요. 이번엔 초청을 받았기 때문에 무대에 서서 우리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 이외에는 준비할 게 없더라고요. 사실 저희도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요.”(조수원)

“에든버러 때는 목이 터져라 공연을 홍보하면서 관객을 모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우리만을 위한 ‘전용무대’에서 호주 사람들을 만나게 됐잖아요. 많이 달라졌죠.”(최기섭)

옹알스가 멜버른 페스티벌에 초청받게 된 건 지난해 여름 열였던 제1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 계기가 됐다. 당시 네 사람은 사흘간 진행된 페스티벌에서 ‘개그콘서트’ , ‘웃찾사’에 출연하는 쟁쟁한 스타 개그맨들을 제치고 1등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캐스팅은 당시 이뤄졌다. 멜버른 페스티벌 관계자는 부산발 ‘옹알스 습격’에 감탄해 “너희 정말 웃긴다”며 공식 초청을 제안했다. 페스티벌에 참가한 국내외 코미디언 중 옹알스만이 유일하게 제의를 받았다.

옹알스의 무대에선 놀라운 저글링 쇼가 이어지고 MP3를 재생한 듯한 현란한 비트박스가 흐른다. 찌그러진 콜라캔이 다시 빵빵해지는 마술은 진기명기 수준이다. 변기뚜껑부터 마네킹까지 생전 처음 본 사물을 대하는 아기들의 시각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다시 태어나곤 한다. 그들의 무대는 독설도 조롱도 없는 ‘착하고 건전한 코미디’다. 이 점은 멜버른 페스티벌 사무국의 헤드 디렉터의 눈에 든 이유이기도 했다.


“외국의 코미디는 성인용과 어린아이용이 전혀 달라요. 성인용 코미디의 경우 속옷까지 벗어던지며 노출을 하는 너무 야한 콘텐츠도 있고요. 저희 공연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코미디라는 점이 강조돼 초청받게 됐어요. 덕분에 극장 안의 메인 무대에 오르게 됐죠.”(조준우)

멜버른 공연에서도 옹알스는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무대에 서겠다는 각오다. 에든버러 이후 중국 두바이 호주 등 전세계 공연을 다니며 쌓아온 노하우도 아낌없이 풀어놓고, 한국적인 요소(사물놀이, 태권도)도 가미해 호주인들을 제대로 웃겨보겠다는 생각이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허무는게 넌버벌 코미디의 기본이에요. 해외 공연을 다닐 때마다 그 나라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요. 저마다 웃음코드가 다르니까요. 한국 코미디도 낯선 땅에 가서 웃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옹알스)

멜버른 페스티벌이 끝난 이후에도 옹알스는 분주하다. 멜버른에서 3주간 무대에 오른 후엔 시드니로 넘어가 한국문화원에서 주최하는 행사에도 참석해 K-코미디를 알릴 예정이다. 5월엔 17, 18일 양일간 경기도 의정부에서 국내공연을 통해 팬들을 만나고, 오는 12월엔 중국에서 처음으로 열릴 ‘중국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도 참가한다. 이번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코미디언으로 초청받았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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