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트위터 이어 유튜브까지 접속 차단…북한 뺨치는 인터넷 검열, 터키에 무슨 일이?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북한 뺨치는 인터넷 검열…터키에 무슨 일이?’

터키 정부가 트위터에 이어 유튜브 접속을 전면 차단하는 등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1일 최루탄에 맞은 15살 소년이 숨진 것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조치로 터키 시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과 국제언론단체 등도 터키 정부가 이달말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권당 비리 폭로 창구’인 인터넷을 통제하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하고 나섰다.

▶터키 정부, 인터넷 검열 강화= 27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가디언에 따르면 터키 통신청(TIB)은 이날 유튜브에 대한 차단 조치를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지난 20일 트위터 접속 차단에 이어 1주일만에 나온 이번 조치는 오는 30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터넷을 통한 반정부 여론 확산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부터 터키에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를 비롯해 총리의 가족과 측근 등의 비리를 폭로하는 감청자료가 거의 매일 유튜브에 공개됐으며,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이번 유튜브 차단은 외무장관과 정보당국 수장 등이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 방안을 논의한 안보회의를 도청한 파일이 유튜브에 공개된 지 2시간여 만에 이뤄졌다.

터키는 최근 인터넷 관련 법안을 개정해 통신청이 법원의 결정이 없어도 웹사이트를 차단하는 권한을 갖게 됐다.

유출된 7분짜리 영상은 회의 참석자들이 개입을 정당화하고자 시리아 내 터키 영토인 ‘슐레이만 샤 묘지’를 공격하는 자작극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외무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국가 안보와 관련한 가장 민감한 사안을 논의한 고위급 회의를 불법 도청하고 유출한 것은 매우 중대한 반역적 공격이라며 즉각 배후를 찾아내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지방선거 유세에서 이번 도청과 유출의 배후로 정적인 페툴라 귤렌을 지지하는 집단을 지목했으며 “악랄하고 부도덕하며 비열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최근 그의 전화를 감청한 파일 등이 잇따라 유튜브에 폭로되자, 지난 7일 유튜브와 페이스북 폐쇄도 고려하고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최근 폭로된 전화 통화 감청 영상에는 에르도안 총리가 지난해 12월 17일 검찰의 비리사건 체포 작전 당일 아들에게 집에 있던 거액의 현금을 은폐하라고 말하는 내용이 공개된바 있다.

이에 앞서 통신청은 에르도안 총리가 지난 20일 “트위터를 뿌리 뽑겠다”고 공언한 지 수시간 만에 트위터 접속을 차단했다.

이에 대해 터키 행정법원은 지난 26일 “웹사이트 전체의 접속을 금지한 조치는 표현과 통신의 자유를 제한한 것으로 헌법과 유럽인권조약에 위배된다”며 “트위터 차단을 해제하라”고 결정했으나, 통신청은 “이행까지 30일 여유가 있다”며 아직 접속을 금지하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우리는 트위터를 뿌리 뽑을 것”이라며 터키에서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나는 국제 사회가 뭐라고 말하든지 신경 쓰지 않는다. 모두가 터키 공화국의 힘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해 여름 전국적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을 당시에도 시위대가 트위터를 통해 시위를 선동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는 말썽꾼”이라고 언급했다.

▶트위터→유튜브→다음은 페이스북?= 터키 정부의 소셜미디어 봉쇄 정책은 오는 30일 치르는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정부가 트위터에 이어 유튜브도 차단하자 터키 시민들은 정부의 조치를 맹비난했으며 이날 폭로된 도청 영상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했다.

이에 따라 에르도안 총리가 차단 가능성을 경고한 3개 매체 가운데 아직 금지되지 않은 페이스북도 조만간 접속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터키 방송사 스타TV는 이날 통신청 관계자를 인용해 페이스북 접속도 차단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로이터통신은 정부 관계자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다른 소셜미디어에 대해서도 조치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시민사회 ‘스마트 저항’ 확산= 트위트와 유튜브 등 정부의 잇단 인터넷 검열 조치에도 불구, 지난 20일 트위터 접속을 막은 이후 터키의 인터넷 공간은 오히려 더 시끄러워졌다.

터키 시민들은 각종 우회수단을 동원해 인터넷 통제를 무력화하며 ‘스마트 저항’에 나서고 있다. 1200만명에 이르는 터키의 트위터 이용자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우회접속 경로를 빠르게 공유하며 정부가 만든 차단벽을 속속 피해 나가고 있다. 터키 트위터 사용자들은 접속이 차단되자 페이스북 등을 통해 도메인네임시스템(DNS) 설정을 변경하고 가상사설망(VPN) 등을 이용하는 우회접속 방법을 공유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지 일간지 줌후리예트는 접속차단에 항의하는 ‘봇(bot)계정’ 수천 개가 생성돼 ‘우리는 트위터를 위해 거리로 나가겠다’는 터키어 문장에 해시태그(#)를 달아 시위를 독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봇계정이란 프로그램에 의해 기계적으로 생성되는 것으로 트위터에서 자동으로 글을 올리거나 팔로워 수를 늘려 영향력이 큰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허위 계정이다.

언론인 3천300여명이 소속된 ‘터키 언론인 협회’는 트위터 접속 차단 조처가 헌법이 보장하는 정부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최근 앙카라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연합(EU)과 국제언론단체 등도 터키 정부의 비민주적 언론통제에 대해 비난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 니리에 크루스 집행위원은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터키의 트위터 접속 차단은 근거도 없고, 무의미하며 비겁하다”며 “터키 국민과 국제사회가 이 검열을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민주ㆍ기술을 위한 센터’(CDT)의 기술전문가 루나 샌드빅은 “터키 당국이 누리꾼을 상대로 검열을 위한 ‘군비경쟁’을 강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검열에는 언제나 우회로가 있기 때문에 100% 차단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ygm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