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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국지는 위진남북조 시대의 서장일 뿐이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5호16국 시대 후조(後趙)의 황제인 석호는 자신을 시해라려 한 아들 석선의 사형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신하들과 함께 지켜봤다. 석선은 아버지 앞에서 눈과 혀가 뽑히고, 마지막엔 불태워졌다. 남조 양(梁)나라의 황제 무제는 불교에 심취한 나머지 모든 재산을 불가에 의탁하고 황제 자리까지 벗어던진 다음 절에 들어가기까지 했다.

소설 ‘삼국지’의 배경인 중국의 삼국시대는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등장하는 난세의 전형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삼국지 다음 이야기(을유문화사ㆍ전 2권)‘는 삼국시대는 400년 동안 이어진 위진남북조시대의 서장에 불과하다며 ‘삼국지’만 읽어선 동북아 전체 역사를 통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저자는 위진남북조 시대의 폭군과 영웅들을 살펴보며 당시의 역사를 조명한다. 백치에 가까웠던 진(晉)나라의 황제 혜제는 수많은 백성들이 굶어 죽어 가자 “먹을 것이 없다면 왜 고기로 죽을 쑤어 먹지 않느냐”고 문무백관들에게 되묻는 어처구니없는 언사를 입에 올렸다. 후조의 석륵은 평생 동안 단 한 자도 읽지 못한 문맹이었지만, 사관들이 읽어 주는 사서의 내용을 듣는 것을 좋아해 수많은 학교를 세워 학자들을 양성한 영명한 군주였다. 전진(前秦)의 부견은 한족과 이민족의 동화를 꿈꾼 훌륭한 황제였지만, 만년에 동진과 벌인 비수대전에서 불가사의한 패배를 당해 천하통일의 꿈을 몇 백 년 후 수(隋)나라 문제에게 양보해야 했다.

이 책은 동북아 역사상 가장 큰 격변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사에서 밀려나 있던 위진남북조 시대를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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