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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뛰는 운용사…기는 증권사
운용사 공격적 투자로 업계 활력
지난해 전체 순이익 3319억 기록
1098억 순손실낸 증권사 압도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여의도 증권가의 지형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증권사가 뿌리째 흔들리는 사이, 자회사 정도로 여겨졌던 자산운용사가 중심축으로 치고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업황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은 만큼, 당분간 운용사를 중심으로 지형도가 그려질 것으로 전망한다.

▶운용사 순이익 증권사 압도…2002년 이후 처음=2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3년 회계연도(4~12월 기준)에서 국내 전체 운용사의 순이익은 331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098억원 순손실을 낸 증권사를 압도하는 것이다.

운용사가 순이익으로 증권사를 뒤집은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2010년에는 증권사와 운용사 간의 순이익 격차가 2조5000억원이나 됐지만 해마다 그 격차가 줄어 지난해는 역전한 것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에서도 운용사는 지난해 8.9%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증권사는 -0.3%에 머무르며 지난해보다 2.2%포인트 하락했다. ROE가 높다는 것은 자기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이익을 잘 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히든챔피언’의 활약이 돋보였다. 자기자본 총합이 200억원 정도에 불과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가치주펀드 흥행으로 80억원 가까운 순이익을 올렸고 ROE 38.39%를 기록했다. 자기자본 1조원이 넘는 대형 증권사 상당수가 순손실을 기록했다.

인프라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KDB인프라자산운용은 ROE가 22.66%에 달했다. 한국형 헤지펀드와 롱숏펀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트러스톤자산운용(19.97%)과 브레인자산운용(17.81%)이 뒤를 이었다.


▶업황 회복에 공격적 투자 이어져…“증권사도 초심 돌아가야”=운용사들은 최근 공격적인 투자로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회사 간 인력이동도 활발해졌고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 등 신상품 출시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운용사에 종사하는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4687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63명 늘어났다. 증권사 임직원 수는 같은 기간 4만2802명에서 4만243명으로 2000명 넘게 감축됐다.

자체 리서치 역량도 강화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김수형 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매니저와 송종은 전 한국투자밸류운용 매니저를 영입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리서치 부서를 리서치센터로 격상시켰다.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롱숏펀드에서 대체투자펀드까지 신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한 가운데 초심으로 돌아가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공멸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면서 “(운용사처럼) 대형사는 사업모델을 다각화하고, 중소형사는 유연한 조직을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운용업계가 완전히 위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대형사와 특화 운용사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운용사는 여전히 경영 환경이 어렵다”면서 “매년 감소하는 운용보수 문제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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