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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내 안에는 한국과 독일 감성이 섞여있어”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독일 사람들은 느끼는 것보다 더 크게 감정을 표현하고, 한국 사람들은 내면에 느끼는 것이 많지만 그만큼 표현을 하지 않죠. 두가지가 섞여있는 것이 제 자신입니다”

스물살의 나이에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악단의 첼로 수석 자리를 꿰찼던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26)가 오는 28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협연자로 한국 무대에 데뷔한다. 그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거장 엘리아후 인발의 지휘 아래 블로흐의 ‘셀로모’를 연주할 예정이다.

공연을 앞두고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향 사무실에서 만난 엔더스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국말로 “너무 좋아”라고 말했다.

이번에 연주하는 셀로모는 유태민족의 전설적인 왕인 솔로몬을 가리키는 히브리어다.

[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그는 “인발은 이스라엘 출신으로 셀로모 연주에 가장 적합한 지휘자라고 생각한다”며 “어렵고 한국 관객들에게는 생소한 곡이겠지만 두려움, 사랑, 분노, 행복 등 다양한 감정들이 담긴 곡이라 뭉클하고 감동적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국계 독일 첼리스트인 엔더스는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피아니스트, 어머니는 작곡가다. 그의 이름은 재독 작곡가 윤이상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생각해내기 어려운 조합이지만 그는 지난해 발매한 데뷔 앨범 ‘미르테와 장미꽃을’을 독일 작곡가 슈만과 한국 작곡가 윤이상의 곡으로 채웠다.


그는 “유럽인들은 정신(Mind)이 자유롭지만 감정(Heart)은 그렇지 않고, 한국인들은 감정이 자유롭지만 정신적인 부분은 묶여있는 것 같다”며 “저는 어느 쪽에 가깝다기 보다 두가지 면을 다 갖고 있는 것같다”고 밝혔다.

9살에 첼로를 시작한 엔더스는 46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오케스트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에서 최연소 첼로 수석으로 선발돼 주목을 받았다. 그가 뽑히기 전까지 10여년 간 비어있던 자리였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무엇을 해도 ‘최연소’라는 타이틀이 붙어 부담스러웠다. 그는 고민 끝에 4년간 단원 생활을 접고 지난 2012년 솔로로 독립했다.

그는 “공연 때문에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다보니 아파트도 없고 동네 친구도 만들지 못하는 등 평범한 일상이 없어졌다”며 “삶이 쉬워지지는 않았지만 한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안정 대신 자유를 얻은 그는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향과의 협연이 끝난 뒤에도 곧장 독일로 돌아가 ‘엘레멘츠(ELEMENS)’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첼로와 전자음악을 접목한 실험적인 시도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에서 일곱개 요일이 달(月), 불(火), 물(水) 등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매주 각 주제를 갖고 연주를 하게 되는데, 미리 녹음해 놓은 첼로 반주에 맞춰 라이브 첼로 연주를 한다. 여기에 첫번째 주제인 ‘물’의 경우 16개 언어로 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가 무대 주변에 설치된 돌비서라운드 음향을 통해 더해진다.

뿐만아니라 고전 음악과 현대 음악을 동시에 연주하는 실내악 앙상블 ‘세레스’도 구성했다. 그는 “유럽에 수천개의 실내악 앙상블이 있지만 아주 수준 높고 새로운 음악을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세레스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한국 방문도 1년에 세차례 가량 이어갈 예정이다. 다음달 24일에는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프로그램인 아르스노바에 참여해 루토스와프스키 첼로 협주곡을 들려주고, 9월에는 금호아트홀에서 공연한다.

내년 8월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협연도 준비 중이다. 이틀간 베토벤이 작곡한 첼로와 피아노곡을 모두 연주할 계획이다.

여기에 올 가을께 발매될 예정인 두번째 앨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준비 작업까지 이어가고 있다. 이번 앨범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가들이 각 곡의 주제에 맞게 그린 그림 6개를 함께 실을 예정이다.

원래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꿈이었던 그는 음악 뿐만아니라 우주물리학에서 플라톤과 데카르트 등 철학까지 “재미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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