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구축과 해체의 수평선에서 꿈틀대는 인간의 욕망…심승욱의 검은조각
[헤럴드경제= 이영란 선임기자] 이것은 건설의 과정일까? 아니면 불 타서 그을린 잔재일까? 온통 검은 빛으로 이뤄진 입체 속에는 알듯 모를듯한 판재와 장식, 나무가 뒤엉켜 있다. 창조인지 해체인지 구분이 안되는 이 검은 조각은 심승욱의 신작이다.

작가는 지난 2009년부터 ‘구축과 해체’라는 상반된 명제를 다뤄왔다. 심승욱은 이들 명제가 분명 상반된 것이긴 하나, 반복과 연속의 과정에서 그 의미가 뒤바뀔 수 있음을 우리에게 환기시킨다. 관점에 따라 해체는 또다른 구축이 될 수 있고, 구축은 기존의 무언가를 해체해야 이뤄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심승욱은 무언가를 끝없이 쌓아가려는 인간 내면의 욕망을 검고 묵직한 덩어리로 빚어냈다. 그 욕망은 ‘구축과 해체’라는 수평선 위에서 강렬하면서도 역동적으로 꿈틀대고 있다.

심승욱 ’Construction & Deconstruction‘2014. 핫맬트글루,나무,알루미늄,카드보드종이,아크릴릭페인트. 53x143x130cm [사진제공=갤러리로얄]

심승욱은 지난 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2014 푸르덴셜 아이 어워즈(Prudential Eye Awards)’에서 조각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후보에 오른 30개국 500여 작가 중 한국 작가로는 유일한 수상이다.
그의 작품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개인전이 개막됐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갤러리로얄(로얄&컴퍼니 사옥 내)은 ‘심승욱-오브제 아(objet A)’전을 오는 5월 1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작품전에는 심승욱의 대형 신작을 비롯해, Construction-Deconstruction 연작이 설치됐다.

심승욱은 한없이 풍요롭지만 두려움, 허기로 가득찬 현대인의 삶과 내면을 독특한 조형언어로 표출하고 있다. 작은 집들과 계단이 마치 재개발 직전의 도시 모습처럼 층층이 포개진 작품 ‘objet A’는 조금만 건드리면 ‘툭’하고 해체될 듯하다. 삶의 체취, 흔적은 잠시 후면 먼지 속으로 사라질 것임에 틀림없다. 

더 높고, 더 멋드러진 아파트를 짓기 위해 낡고 작은 집들을 가차없이 부수는 현대도시의 풍경이 작가에 의해 검은 무대처럼 시각화된 것. 언어적 구분인 해체와 구성이 결코 이분화될 수 없는 명제임을 이 작품은 덤덤히 보여준다.

심승욱 ‘objet A, Construction & Deconstruction’(2012), 핫맬트글루,나무,알루미늄,아크릴릭페인트 [사진제공=갤러리로얄]

작가는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오브제를 모아, 그것을 비정형적으로 섞어가며 재조합한다. 이같은 방식 때문에 관람객은 작업의 미완성과 완성 여부를 가늠키 어렵다. 바로 이같은 요소가 심승욱 작업의 특징이요, 구축과 해체라는 명제를 풀어가는 그만의 독특한 방식이다.

심승욱은 “우리가 도달하려는 종점은 어쩌면 무의미하거나, 도달할 수 없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를 갈망한다. 결여된 상태야말로 욕망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그의 Construction & De-Construction 연작은 하나같이 검은색이다. 어둡고 낯설며, 침잠하는 듯 하다. 흰 벽면에 걸린 검은 덩어리 조각에서 투영된 잿빛 그림자 또한 의미심장하다. 작가에게 검은 색은 이처럼 각별하다. 그러면 왜 검은색일까? 

심승욱 ‘objet A, Construction & Deconstruction’ 전시 전경 [사진제공=갤러리로얄]

심승욱에게 검은 색은 물리적인 색으로서의 의미라기 보다는, 현실 밖 어둡고 낯선 어딘가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다. 이를 위해 작가는 현란한 색의 의미를 모두 제거했다. 파란만장한 색들로 뒤덮인 어지로운 현실세계와는 대척점에 놓인 ‘공상의 세계’ ‘침묵의 세계'를 형상화하기 위해 작가는 오늘도 검은색을 고집하고 있다. 02)514-1248 

yr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