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統獨 대박市 드레스덴, 거저 오지 않았다
[헤이그(네덜란드)=헤럴드경제 홍성원 기자ㆍ (서울)신대원ㆍ원호연 기자]2차 세계대전 끝무렵인 1945년 2월 13일, 연합군은 독일 남동부 작센주의 주도(州都) 드레스덴에 ‘블록버스터’ 라는 이름의 폭탄 3000t 이상을 쏟아 부었다. ‘엘베강(江)의 피렌체’라고 불리던 문화ㆍ예술의 도시 드레스덴은 랜드마크인 ‘프라우엔키르헤(성모교회)’와 함께 속절없이 녹아내렸다. 잿더미가 된 드레스덴은 종전(終戰) 이후엔 소련의 우산 아래 공산주의 체제에서 경제적으로 별 볼일 없는 신세로 지내야 했다.

이랬던 드레스덴이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대박’을 낸 도시로 재조명받고 있다.

24일부터 네덜란드ㆍ독일 순방 일정을 소화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7일~28일 이 도시를 찾는 이유도 ‘통일대박’의 경험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전수받기 위해서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드레스덴은 독일 경제 통합의 모범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드레스덴의 고속성장은 ‘한강의 기적’에 버금간다. 경제지표가 화려하다. 최근 GDP는 1995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대기업이 몰려 있는 뮌헨ㆍ프랑크푸르트 등 독일 내 최상위 경제 도시엔 다소 쳐진다. 하지만 드레스덴은 서독 제체였던 다른 도시와 같은 수준에 올라와 있다. 구매력 지수는 독일 전체를 100으로 봤을 때 90.8이다.

기업의 드레스덴 행(行)이 러시였다. 2000년 이후 기업수가 폭증했다. 2012년 한해에만 5948개의 새 기업이 등록됐다. 스타트업(Startupㆍ자체적인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있는 작은 그룹이나 프로젝트성 회사)이 기둥이다. 중소기업이 전체의 99%다. 250명 이상을 고용하는 기업은 3%에 불과하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 세계 선두업체 노발레드를 세계는 주목한다. 독일 최고의 ‘히든챔피언’이다. 2001년 드레스덴공대가 설립한 회사로 처음엔 4명뿐이었지만 현재 종업원 100명이 넘는다. 


‘실리콘 색소니’라고 불리는 정보통신기술(ICT) 클러스터도 드레스덴의 심장이다. 유럽 반도체의 절반이 메이드 인 드레스덴이다. 인피니온테크놀로지 등 1500개(인력 4만8000명)의 내로라하는 반도체 회사가 자리잡고 있다. 클러스터의 2010년 총 매출은 87억유로로, 2006년 대비 48%나 불어났다.

기적의 비결은 체계적인 접근이었다. 유럽연합(EU)과 독일 연방정부가 함께 나섰다. 이른바 ‘등대정책’이다. 드레스덴을 포함해 구(舊)동독 경제 재건을 위해 막대한 돈을 특정지역에 집중 투자해 산업클러스터로 육성하고 이 곳이 개발의 등대 역할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EU는 1991년부터 지원 중이다. 연방정부는 지역경제구조개선 공동과제(GRW)등을 통해 동독 지역 경제발전에 진력하고 있다. 


안두순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일설에는 드레스덴에만 2조 유로가 들어갔다는 말도 있을 정도”라고 했다. 이 도시에 ‘히든챔피언’이 넘쳐나는 건 연방정부가 2008년, ‘중소경제 이니셔티브’라는 정책으로 각종 세부담 경감, 대학의 생계형 창업 지원 등에 나선 결과물이다. 남북통일 이후 북측에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클러스터를 만들어 남북한 경제의 동시발전을 꾀하려 한다면, 드레스덴의 사례는 더없이 좋은 벤치마킹 대상인 셈이다.

이규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굳이 방독(訪獨) 기간 드레스덴을 선택했다면, 남북관계와 통일 관련 선언이 나올 법하다”며 “드레스덴이라면 국제사회의 관심을 한 번 더 불러일으키기 좋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드레스덴 방문 기간 동안 드레스덴공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연설을 할 예정이며, 여기서 구체적인 통일 구상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홍성원ㆍ신대원ㆍ원호연 기자/ho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