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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IP, 그들만의 사교클럽 PB센터
투자전략 강연후 문화공연 진행
명품 패션숍에서 재테크 세미나

골프 레슨에 쿠킹 클래스까지
토털 라이프케어 서비스로 발전

단순한 자산관리 개념 넘어
슈퍼리치 삶속에 스며든 PB센터


# 오전 9시. 압구정동 김 여사는 친구들과 브런치를 즐긴 후 실내 골프연습장에 들렀다. 가끔 보는 티칭프로와 반갑게 맞나 30분가량 원포인트(one-point) 레슨을 받았다. 어찌나 친절한지 주말 라운딩에 자신감이 붙을 정도였다.

# 오후 2시. 은행 업무를 본 후 다실(茶室)에서 차를 마셨다. 지리산에서 직접 공수한 녹차라 그런지 향이 남다르다. 이미 다실에 자리잡고 있던 동호회 사람들 역시 지리산 녹차 향기를 극찬했다. 취향이 같음에 기분이 좋아졌다.

# 오후 7시. 물려받은 유산 일부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예약을 해둔 프라이빗 뱅커(PB)와 상담하다가 와인바로 올라갔다. 딱딱한 사무실보다는 자연스런 분위기에서 고민하는 게 훨씬 나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와인을 마시며 PB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수익보다는 절세가 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여사는 이날 하루 많은 일정을 소화했지만, 사실 이동 시간은 거의 없었다. 모두 PB센터 내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PB센터는 이제 자산 관리를 넘어 그들의 삶에 깊숙이 스며든다. 다양한 서비스로 고객과의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상담실인지 고급 리조트 객실인지 헷갈릴 정도다. 공간은 넓고 세련되며, 혹은 아늑하다. 즐기면서 관리받는 말 그대로 자산가들의 ‘핫 플레이스(Hot Place)’인 셈이다.

PB센터의 공간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금융권 전반에서 고액 자산가 유치를 위한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토털 라이프케어 서비스(Total LifeCare Service)’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 자산가를 스타일링하라

씨티은행은 최근 자산가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벤트로 유명세를 탔다. 그들이 관심있어 하는 ‘명품’ 브랜드와 함께 공동 마케팅을 진행해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즉 씨티은행 투자전문가가 명품 브랜드 VIP 고객을 상대로 투자전략 세미나를 한 후 문화 공연 등의 형식으로 세미나의 몰입도를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례로 씨티은행 압구정중앙지점은 지난 2월 독일 정통 명품 브랜드인 MCM과 함께 서울 청담동 소재 MCM HAUS 패션숍에서 재테크 세미나를 열었다. 

한국씨티은행 압구정중앙지점은 지난달 25일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MCM HAUS 패션숍’에서 VIP 고객을 대상으로 재테크 세미나를 열었다. MCM과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행사는 투자전문가의 시장전망 및 재테크 전략 세미나와 성악가 조민웅 테너의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사진제공=한국씨티은행]

씨티은행 PB가 올해 시장전망과 재테크 전략을 설명한 후 성악가 조민웅 테너가 나와 공연하는 순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고객들은 테너의 아름다운 선율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재테크 전략과 MCM의 봄 신상품까지 모두 알아볼 수 있어 ‘일석삼조’의 혜택을 누렸다.

씨티은행은 작년 11월에도 뉴욕 디자이너 브랜드인 토리버치와 함께 VIP 초청 스타일링쇼를 개최했다. 30~40대의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이번 행사는 청담동 토리버치 플래그십에서 김성일 스타일리스트를 초청해 토리버치를 활용한 다양한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이날 쇼에 참석한 고객들은 씨티은행의 자산관리 전문가의 조언과 함께 토리버치 제품을 20% 할인해 구매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다.

또 씨티은행은 같은 달 100만원대 고급 패딩으로 유명한 프랑스 몽클레스와 함께 스타일링은 물론 메이크업쇼까지 벌였다. 오는 4월에는 재규어와 랜드로버 등 수입차를 취급하는 천일오토모빌과, 5월에는 고급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인 카사델소미도와 함께 공동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 그들만의 커뮤니티에 스며들어라

스타일링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아예 자산가들의 지역사회에 스며들어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하는 PB센터도 늘고 있다. 하나은행 PB센터 브랜드인 골드클럽은 지역별로 특성이 다른 자산가들의 취향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평창동 골드클럽은 옛날부터 대부대귀(大富大貴)의 명당으로 꼽힌다. 전통적인 부자들이 많은 동네의 특성상 세련되고 화려한 서비스보다는 조용하고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안목이 있는 고객들의 특성을 고려해 3개월마다 특정 주제로 국내외 최고수준의 작품을 전시하는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골드센터 2층에는 와인바를 마련해 자산관리 상담을 편하고 부드럽게 진행하도록 했다. 단골손님은 이곳에서 가족이나 친구모임을 열 수 있도록 개방해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는 지난해 11월 20여명의 VIP 고객과 함께 커피와 잘 어울리는 샌드위치를 만드는 쿠킹클래스를 진행했다. 카페 두타트의 샌드위치 총괄 디렉터인 데라다 노부키 씨가 강연자로 나와 고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사진제공=하나은행]

평창동과 분위기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동부이촌동의 경우 ‘골프’로 유명하다. 재계 및 금융계 최고경영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이곳은 금융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데다 골프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이촌동 골드클럽은 센터 내에 50여평의 실내 스크린 골프연습실과 퍼팅룸을 운영하고 있다. 사전에 예약만 하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각종 모임 장소로도 활용 가능하다. 1인당 30~40분의 원포인트 레슨을 받을 수 있는 데다 LPGA 등 유명 투어 프로를 초청해 골프 클리닉 행사까지 진행하기도 한다.

압구정 골드클럽은 분위기가 확 다르다. 신흥 자산가들이 많은 동네 특성상 건물 외관부터 세련되고 깔끔하다. 하나은행은 압구정 골드클럽을 PB센터의 플래그십으로 삼기 위해 3개월간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를 해 새롭게 변신시켰다.

문화행사 역시 알차다. 음식과 예술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고객의 취향에 맞춰 압구정 골드클럽은 한두 달에 한 번씩 쿠킹 클래스를 개최한다. 음식 분야별 최고의 셰프를 초청해 직접 음식을 만들어보고 같이 시식도 해보는 것. 지난해 10월 ‘디저트리’ 오너 셰프인 이현희 대표를 초청해 진행한 디저트 쿠킹 클래스는 VIP 고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날 이 대표는 ‘디저트계 코스요리’라 할 만한 네 가지 디저트를 선보였다. 카페 두타트의 샌드위치 총괄 디렉터인 데라다 노부키 씨가 진행한 ‘데라다상과 함께하는 흥미로운 샌드위치 클래스’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고객들은 샌드위치에 곁들이기 좋은 ‘커피의 눈물’ 더치커피를 직접 내려보고, 송이버섯과 표고버섯이 주재료인 카파나타 요리법을 배우기도 했다.

◆ 해외 서비스도 안방에서

PB센터에서 종합자산관리를 받는 것은 이제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자산 배분전략은 물론, 자산관리에 필요한 세무, 상품, 부동산, 법률 등 전문분야에 대해서도 고객의 요구가 있으면 언제든 자문서비스를 제공한다. 은행들의 대표 PB센터에는 PB뿐 아니라 변호사, 세무사, 증권전문가 등 PB 인원보다 많은 각계의 전문가가 늘 상주한다.

최근에는 자산가들이 해외 직접투자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해외주식 전문가가 상주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방배 신한PWM(Private Wealth Management)센터는 해외주식에 관심있는 고객을 위해 본점의 해외주식 전문가가 직접 상담에 참여하고 있다.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한방배PWM센터. [사진제공=신한은행]

국민은행의 PB브랜드인 골드앤와이즈(GOLD&WISE)는 아예 PB사업에 정통한 해외 PB전문은행과 제휴를 맺었다. 골드앤와이즈는 2012년 PB사업 출범 10주년을 맞아 스위스 PB전문은행인 롬바드 오디에사와 업무 제휴를 체결했다. 롬바드 오디에사는 역사가 200년이 넘은 스위스 은행으로 고객가치 중심의 자산관리 철학으로 유명하다. 골드앤와이즈는 롬바드 오디에사와 PB 전문성을 공유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세미나 개최는 물론, 글로벌 시장 정보를 공유해 해외 직접투자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전문적인 자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또 PB를 대상으로 글로벌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한편, 양사 간 PB의 인적교류 등을 통해 발전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다.

골드앤와이즈는 또 KB투자증권과 연계해 주요 70여개국의 해외 주식이나 채권을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해외증권 직접 투자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KB금융그룹 전 계열사의 협업과 영업 일선의 PB가 참여하는 상품협의체(IRT)를 운영해 PB전용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고객 개인별 투자성향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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