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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 소리’ 내는 국민연금…‘찍소리’ 못내는 소액주주들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올해 주총 시즌이 개막한 가운데 ‘큰손’ 국민연금이 본격적인 의결권 강화를 천명하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또 다른 축인 소액 주주들은 입지가 점점 좁아지면서 주주총회의 들러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날 열린 한라비스테온공조 주주총회에서 12년간 사외이사를 지낸 이사의 선임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라비스테온공조 측은 문제가 된 사외이사의 임기를 축소하는 등 수정안을 제시해 재선임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연금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연금을 통한 반대 의결권 행사 비중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2008년 3.7%에 불과했던 반대 의결권 비율이 2013년에는 10.9%까지 3배 가까이 올랐다.

반면 소액 주주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소수 주주권이 행사된 사례는 14건에 그쳤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인 쉰들러가 행사한 7건을 제외하면 2013년에는 6건, 2012년에는 1건에 불과했다.

실제 주주총회 투표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소액 주주권 보호를 위해 도입된 집중투표제, 서면투표제, 전자투표제 등이 법적으로 허용됐지만 실제 권한 행사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한 1주마다 선임할 수 있는 이사의 수만큼 투표권을 가지는 것으로, 소액 주주가 추천한 이사를 보다 용이하게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의결권이 행사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난해 서면투표제를 도입한 회사에서 서면투표를 활용한 의결권 행사 비중은 17.2%에 달했지만 대부분 국민연금과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이뤄졌다.

의결권 강화제도를 적용한 기업 자체가 적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대기업집단 소속 전체 상장사 238개 중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15개, 서면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26개에 불과했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의 경우에는 집중투표제는 단 2개 기업이, 서면투표제는 12곳만이 도입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규모가 큰 대기업의 경우 소액 주주의 비중이 워낙 작기 때문에 이들이 힘을 모아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국내 주식시장 침체로 개미들이 증시를 떠나고 있는 점도 소액 주주의 위상을 점점 줄어들게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법무부는 소액 주주 보호를 위해 ▷집중투표제ㆍ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의 단계적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큰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권성만 한국소액주주연구회장은 “감시 체계 등 금융 시스템이 소액 주주들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때 건전한 투자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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