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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정치인 안철수가 돌아봐야할 것들
통합신당 창당 발표 이튿날인 지난 3일 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41%로, 새누리당(43.3%)과 오차범위 수준까지 좁혀졌던 통합신당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3~7일간 조사를 토대로 한 리얼미터 조사에서 신당 지지율은 38.3%로 떨어졌다. 47.8% 지지율을 보인 새누리당과의 격차는 9.5%포인트로 벌어졌다. 한국갤럽의 신당 창당 이미지 조사도 비관적이다. 신당창당을 ‘좋지 않게 본다’는 응답은 44%로, ‘좋게 본다’(33%)보다 크게 앞섰다. 안철수 의원에 대한 평가는 ‘변화없다’ 43%, ‘나빠졌다’ 40%, ‘좋아졌다’ 8% 순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현상의 빨간불로 읽혀진다.

안 의원은 지난 4일 민주당과 ‘제3지대 신당 창당’을 통한 통합 합의 배경에 대해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과 함께 선의의 지혜를 모을 수 있다면 새 정치를 더 큰 그릇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돼 결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이란 민주당원이요, 약속의 실체는 기초선거 공천폐지였다. 하지만 정작 그는 국민과의 약속을 깼다. 안 의원은 “기성정치와는 다른 새 정치 구현에 몸을 던지겠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양당 구조를 깨기 위해 신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었다. 그의 약속위반으로, 새 정치에 힘을 보태겠다며 한배를 탔던 이들이 떠났다. ‘장자방’ 윤여준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도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껄끄러운 행보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92년 대선에 패배했던 DJ는 정계은퇴 선언을 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로부터 3년 뒤 그는 약속을 깨고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DJ는 “비난받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대중 앞에 사과했다. 그의 정계은퇴 선언을 지켜보며 눈물을 훔쳤던 국민들은 지지 여부를 떠나 그의 약속위반을 비난하지 않았다. DJ의 사과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외려 그의 정계복귀에 박수를 쳤다.

어쩌면 국민들은 새 정치 증후군에 피로감을 느끼는지 모른다. 사실 새 정치의 원조는 따로 있다. 1972년 대선 때 DJ가 외친 말이다. 1992년 대선 때 박찬종 후보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도 새 정치였다. 그는 새 정치당으로 풀이되는 신정당(新政黨)을 만든 주역이기도 했다. 1987년 민주화 바람 이후 정권창출을 위한 야당의 통합시도는 이번까지 꼭 여섯 차례다. 그래서 신선도가 떨어진다. 새 정치란 게 안철수의 목적이었다기보다 수단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철수 대선캠프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속도와 결정의 과정에 들어선 것 같다. 비로소 자기정치를 시작한 것으로 본다. 선문답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고 평했다. 그는 그러면서 “거인의 정치가 사라진 시대에 대중적 동원력과 호소력을 갖고 있는 인사”라며 그에 대한 변치않는 신념을 피력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금 SNS에는 “의사 철수, CEO 철수, 교수 철수, 서울시장 후보 철수, 대선 철수, 신당창당 철수, 새 정치 철수, 과연 정치는 안철수 할까”라는 조롱 섞인 유머가 나돈다. 혹자는 2년 전 대선 당시 나왔던 얘기라지만 새 정치 철수가 포함된 걸 보면 새 버전이다. ‘정치는 안철수할까’라는 말이 무겁고, 씁쓸하다.

윤재섭 정치부장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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