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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허연회> 데드라인 넘긴 기초연금법
말 많고 탈 많았던 ‘기초연금 법안’이 데드라인을 넘겼다. 정부는 “3월 10일이 데드라인이었다”며 “이제 7월 지급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말한다. 기초연금 법안 거부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은 민주당은 이에 대해 “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그러나 시스템이 있다. 얼렁뚱땅 봉합하고, 대충 얽어맬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기초연금을 지급하려면 법안이 통과하더라도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다듬고, 기초연금 수령 대상 노인들을 선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 4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월 10일 수급자를 결정하고, 25일 지급하는 현행 기초노령연금 시스템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정부의 기초연금 법안에 반대하면서 기초노령연금 지급 대상의 노인 모두에게 현재 지급액의 2배인 20만원을 지급하자고 주장해 왔다. 어차피 오는 2028년까지 지급액을 20만원(현재가치 기준)으로 인상키로 했던 만큼 지급액 인상시기를 조금 앞당기면 되지 않겠느냐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에쿠스 타는 노인들이나 타워팰리스에 사는 노인들에게도 월 20만원이 지급될 수 있다. 민주당이 줄곧 지적해 왔던 부자들에 대한 과잉복지인 셈이다.

문제는 정부의 곳간이다. 재정이 넘쳐난다면야 월 2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이라도 나눠줄 수 있겠지만 정부는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 계산에 따르면 소득기준 하위 70% 노인들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게 되면 올해부터 2017년까지 3조3000억원의 예산이 더 들어가야 한다. 2060년까지는 35조8000억원의 재정이 더 필요하다. 경기둔화에 따른 세수감소와 공공부문의 과다부채로 국가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려가 아닐 수 없다. 곳간을 감안하지 않은 보편적 복지는 젊은 세대에게 과다한 부담을 안긴다는 문제도 있다. 늘어나는 예산을 충당하려면 정부는 세율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봉급 생활자들은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달간 자연사로 사망하는 노인의 수는 약 500명에 달한다고 한다. 기초연금법안 시행이 한달 늦어지면 결국 약 500명의 노인들이 연금인상 혜택을 못 보고 세상을 떠나게 되는 셈이다.

정치권이 차일피일 미루며 정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허연회 정치부 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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