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기고- 강대성> 종자주권회복 물 건너가나?
 강대성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국내 굴지의 토종종자기업 농우바이오 매각일이 14일로 다가왔다. IMF라는 사고로 졸지에 흥농종묘를 잃은 기억이 있는 농업계는 또 다시 술렁이고 있다. 농우바이오는 창업 30여년 만에 창업주 고희선회장의 타계로 장남 등 유족들이 상속을 받았으나, 1200여억 원에 이르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유족들이 보유한 지분을 처분하게 이르렀다. 농업단체들이 우려하는 것은 농우바이오가 어느 회사 품에 안기느냐? 에 따라 종자주권 회복은 물론 종자산업의 운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내종자산업의 부침은 크게 IMF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진다. IMF 이전은 흥농종묘가 독주한 시절이고 이후는 흥농종묘를 인수 한 다국적 기업과 농우바이오가 각축전을 벌렸으나, 종자주권 회복을 위한 농업인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농우바이오가 판전승을 거두었다. 해외 5개 법인을 거느린 농우바이오는 국내 종자업계 매출 1위, 시장점유율 27%, 수출 1500만 불이라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였다.

흥농과 농우의 공통점은 창업주가 척박한 국내 종자산업을 일군 선구자라는 것과 두 기업 모두 IMF를 전후로 우리 농업인의 사랑을 독차지 하였고, 또한 경영을 승계한 2세들이 결국 수성에 실패하고 3자에게 넘기게 되었다는 점이다. 흥농종묘는 IMF 시절 국내 최초로 다국적 기업인 세미니스사에 인수 되었다가 다시 몬산토에 넘어갔고 일부지분은 다시 동부한농에 넘겼으나 동부한농의 종자사업은 여전히 농업인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지닌 육종가들은 흥농을 떠나 중국과 동남아, 일본계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우리나라 종자산업을 맹추격 하고 있다.

농우바이오 운명도 창업주의 갑작스런 변고로 향후 한 치도 예측할 수 없는 처지다. 농협을 비롯하여 사모투자 전문업체 2개사가 인수전에 뛰어 들었지만, 어느 회사에 인수되느냐에 따라 토종기업으로 남을 것인지? 흥농종묘의 운명처럼 정체성 없는 검은머리 주인을 쫓을 것인지? 아무도 장담 할 수 없다.

농축산식품부는 종자산업을 농업계의 IT산업으로 보고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군으로 육성하고자 5천 억원을 투입하는 골든씨드프로젝트를 가동하였다. 하지만, 이번 토종종자기업인 농우바이오의 향방에 따라 골든씨드프로젝트가 될지 실버프로젝트로 전락할지 기로에 서게 되었다.

종자산업은 타 산업과 달리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기간산업이다. 만약에 이번에 농우바이오가 사모투자 업체에 인수된다면 장기투자는 물론 종자산업의 전문성도 지키기 어렵다. IMF 이후 흥농종묘는 종자전문기업인 세미니스사와 몬산토에 인수되어 그나마 종자산업의 전문성을 어느 정도 확보 할 수 있었지만, 농우바이오는 주인 없는 기업으로 추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농우바이오는 지금이라도 매물을 거두고 독자 경영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우리 농업인이 참여하는 소액 주주제를 도입하여 경영권도 방어하고 종자주권을 지킬 방법은 없는지 묻고 싶다. 그도 저도 아니면 농업인들의 염원과 국내 종자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 흥농종묘의 전철은 따라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