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스크 칼럼 - 김형곤> 이러다 보험만능주의 될라
이런 보험상품이 있다면 어떨까? 쓰나미가 덮치거나 전쟁이 터졌을 때 헬기에 탑승할 수 있는 상품 말이다. 이 상품은 과연 얼마나 팔릴 수 있으며 또 보험사가 안게 되는 손해율은 얼마나 될까? 보험상품이 대체 어디까지 개발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본 극단적인 면일 것이다.

올해 전에 없던 보험상품이 잇따라 출시된다. 이달 말 ‘4대 악(惡)’ 보험을 시작으로 3~4월 장애인 연금보험과 전자금융사기보험이 나온다. 하반기에는 고령층 특화보험과 불임치료보험이 선보일 예정이다. 모두 특정계층을 겨냥해 보호하기 위한 상품이다.

그런데 출시도 하기 전부터 우려들이 먼저 나온다. 우선 4대 악 보험은 자칫 정책 홍보용 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서두른 면이 있다. 그래서 보상이 실효적으로 이뤄질지가 의문이다.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등 4대 악 보험이 기존 상품과 다른 점은 정신적 피해까지 보상해 주는 부분이다. 그래서 실제 보상에서의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이런 성격의 단독 상품은 아마 세계 처음일 것이다.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은 물리적 피해와 달라 보험금이 천차만별일 수 있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이 문제다.

금융당국이 상품개발을 독려하고 있는 부분도 걸린다. 보험사들이 수요조사를 제대로 했는지 알 수 없다.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따른 보험사기도 우려된다. 물론 취약계층이라고 해서 모럴해저드가 더 심한 것은 아니겠지만 보험범죄가 추가로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가서야 안 되겠지만 보험사기야말로 주가조작과 함께 우리 사회의 ‘몇대 악’ 중 하나다.

결국 4대 악 보험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상품으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보험업계 종사자들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국가의 역할과 책무에 대한 문제일 수도 있다. 국민 보호는 국가의 책무이고 이에 대한 보상은 가해자나 국가가 책임져야 함에도 책임 일부를 보험으로 전가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보험상품은 단지 보조수단일 뿐이며 그렇게 활용돼야 한다.

아울러 생명보험사들은 오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맞춰 장애인 연금보험을 내놓는다. 고령층 특화보험은 기존 실손의료보험에서 가입 연령을 확대해 하반기쯤 출시된다. 불임치료보험은 불임 여성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상품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해킹ㆍ피싱 등 전자금융사기 피해를 보상하는 상품도 곧 손해보험사에서 출시된다.

이처럼 새 상품들이 쏟아지지만 수요층이 일부에 한정되고 공적 성격을 띠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별 수익이 안 된다.

이전 정권에서도 녹색자동차보험, 서민우대자동차보험, 자전거보험 등 정책성 보험이 줄줄이 유명무실해지면서 탁상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취약계층 보호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대한 대통령과 당국, 보험사의 노력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

다만 졸속 제조로, 혹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상품으로 또 다른 탁상 행정의 산물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김형곤 금융투자부장 kimh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