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그린리빙 헬스] 잠이 무서운 사람들…
밤에 충분히 잤는데도
이유없이 졸리고 무기력감
춘곤증 아닌 기면증 의심을
약물치료만 잘해도
평생 정상생활 가능

기면증 고통 환자들
매년 25%이상 증가
10대~20대서 발병 높아
남성은 여성의 두배 달해


학업과 업무, 회식 등으로 피곤에 쩐 젊은층이 적지 않다. 적정 수면시간인 6~7시간을 자지 못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대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부터 잦은 야근과 회식이 반복되는 직장인까지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라이프 사이클이 오랜 시간 유지되면서 ‘시도 때도 없이 졸린’ 사람이 많아졌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의 초ㆍ중ㆍ고등학생 9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수면시간은 초등학생이 8시간, 중학생 7시간, 고등학생이 5시간 30분이었다. 직장인 역시 한 취업포털 커뮤니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면시간이 6시간 10분에 불과했는데 과도한 업무로 인한 늦은 퇴근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시도때도없이 졸리다보니 단순한 ‘춘곤증’을 넘어 ‘혹시 내가 기면증 환자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기면증은 밤에 충분히 잤다고 생각되는 데도 낮에 이유 없이 졸리고 무기력한 증세다 


▶‘너무 자는 것도 병’ 수면질환 관심 급증, ‘기면증 환자’ 매년 25% 이상 증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2012년 한 해 동안 기면증으로 진료 받은 사람은 2356명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1480명으로 여성 876명보다 604명 많았고 연령별로는 20대가 770명으로 1위였다. 10대(634명)와 30대(507명)가 그 뒤를 이었다.

환자 수는 특히 최근 3년간 급증했는데 2011년 이후 매년 25% 이상씩 늘고있는 추세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뇌신경센터 주민경 교수는 “기면증은 전 연령대에서 발생하지만 주요 증상이 대개 10대 중후반에 처음 나타나기 때문에 20대, 10대 환자가 많다”며 “성별로는 크게 차이가 없고 유병률은 0.002~0.18%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잠을 많이 자고 졸려하는 사람에 대해 ‘게으르다’ 또는 ‘잠이 많다’고만 여겼지만 기면증은 엄연한 질환 중 하나다.

‘가위눌림’이라고 말하는 ‘수면마비’도 질환보다는 귀신들림으로 치부했지만 수면마비는 일반인도 100명 중 20여명 정도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을 수 없이 쏟아지는 ‘잠’ 업무효율 저하는 물론 대인관계도 악영향
기면증의 가장 큰 증상은 낮에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잠이 오거나 졸리지 않을 때도 각성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졸리고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아 환자 대부분이 만성피로를 호소한다.

그렇다고 해서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낮시간 동안 잠이 오는 증상을 기면증으로 오인해서는 안된다. 이런 경우 자고 일어나면 개운하고 또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잠을 못자 피곤한 것과 유전자로 인해 생기는 원인도 차이가 있다.

‘참을 수 없는 잠’은 환자의 삶의 질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많은 사람이 학업이나 업무 효율이 저하되고 자신감 결여로 대인관계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운전 중 잠이 들어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모든 생활을 포기하고 집에서만 생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왜 나에게만 이런 질병이 생겼는지’ 자책하다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흔하다. 특히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으면 더하다. 뇌신경질환 또는 호르몬과 관련한 약제인 탓에 개인에 따라서는 두통 외에도 경련, 불면증과 같은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웃거나 화를 낼 때, 농담을 주고받을 때처럼 감정변화가 있을 경우 얼굴이나 무릎, 다리근육, 몸 전체에 힘이 빠져 주저앉는 증상인 ‘탈력발작’이 수초에서 길게는 30분까지 생기기도 한다.

이 증상은 기면증 환자의 10명 중 6명이 경험한다. 꿈을 많이 꾸고 자다가 팔, 다리를 꿈틀대거나 기도가 좁아져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과 꿈꾸는 그대로 신체가 따라하는 렘수면 행동장애도 흔하다. 



▶평생 약물치료만 잘해도 정상생활 가능한 만성질환

기면증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모다피닐 또는 퇴행성질환, 뇌혈관질환에 효과적인 카니틸 성분의 약 복용만 잘하면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상이 호전된다. 또 유전자를 치료하거나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약이 계속 연구, 개발 중이다.

대표적인 검사는 ‘수면다원검사’가 있다. 코골이나 무호흡증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받는 검사인 수면다윈검사는 자는 동안 발생하는 뇌파와 눈의 움직임을 살피는 안전도, 근육의 긴장도를 따져보는 근전도, 수면 중 발생하는 부정맥을 위한 심전도, 동맥혈, 산소포화도, 호흡운동, 호흡기류, 자세까지도 측정한다. 또 이 검사를 통해 얼마 후 렘수면에 빠지는지와 같은 수면 패턴과 각성의 양상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수면다원검사가 야간수면을 대상으로 한다면 다중수면잠복기검사는 주간졸림증을 알아보는 검사다. 정기적인 시간을 두고 낮잠을 청해 평균수면잠복기와 렘수면의 출현 여부를 따진다.

주민경 교수는 “기면증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실질적으로 일부 환자 중에는 편안한 마음가짐을 갖고 스트레스를 줄인 후 졸리거나 각성 증상이 준 경우가 많다. 희귀난치성질환이지만 에이즈나 암처럼 관리만 잘하면 정상인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어 만성질환으로 봐도 무관하다”고 말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