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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에 허덕이는 가계, 저축할 돈이 없다…가계 순저축률 폭락
[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 개인택시기사 A 씨는 1988년 월 100만원을 벌었다. 세금에다 택시 유지비, 미래를 위한 대비자금 등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돈 60만원은 고정비용이었다.

실제 쓸 수 있는 40만원 중 30만원은 물건과 서비스 구입에 썼다. 그래도 10만원이 남았다. A 씨 가계의 순저축률은 10만원을 40만원으로 나눈 백분율인 25%. 1988년 당시 가계순저축률은 24.7%였다. A 씨도 다른 사람들과 비슷했다.

2012년 개인택시기사 B 씨는 250만원을 벌고 있다. 치솟은 월세, 허리 휘는 사교육비,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연료비 등은 대폭 늘었다. 택시 살 때 빌린 돈도 갚아야 한다. 소비를 줄일 데도 마땅치 않다. 저축할 여력은 거의 사라졌다. B 씨의 순저축률은 3.4%. 1988년 3저 호황(저달러ㆍ저유가ㆍ저금리)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가계순저축률이 추락하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순저축률은 1988년 24.7%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카드사태 직전인 2002년에는 0.4%까지 곤두박질쳤다.

이후 반등했다. 그러나 잠시뿐이었다. 2004년 이 수치는 8.4%까지 올라갔다. 2007년과 2008년 2.6%로 급속한 하향곡선을 그렸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소비심리가 주춤하면서 가계순저축률이 4.1%까지 상승했으나 2010년 이후 최근까지 3%대에 머물고 있다.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상품ㆍ서비스 등 소비 외 목적으로 지출되는 각종 세금과 건강보험료, 연금, 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더 이상 저축을 줄여서 소비에 충당할 여력이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축을 줄이고 부채를 통해 소비를 확대하는 방식은 2003년 카드사태를 계기로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이때부터 경제활력 둔화, 내수와 고용 부진, 높은 가계부채 등 우리 경제의 부정적 현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계의 저축여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의 그늘인 셈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위원은 “가계 재무상태 악화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경기회복과 서민경제 안정에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국가 성장기반이 잠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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