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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 - 장용동> 탄력받은 관광제주…30년 노력의 산물
건물 신축 · 리모델링 등 활기
‘국경없는 도시’ 만들었지만
블랙머니 유입…난개발 우려
쓰레기 등 자연훼손도 심각


제주의 새 봄이 무르익고 있다. 활짝 핀 유채꽃밭은 겨울내음을 털어버린 지 오래다. 살랑이는 바닷바람, 낯선 이국풍경을 맞는 올레객(客)과 외국 관광객의 눈과 발이 분주하기만 하다. 긴 터널을 지난 제주경제 역시 활기가 넘쳐난다. 도시마다 상권이 활성화하고 유채꽃만큼이나 웃음꽃이 가득하다. 최근 2~3년간 관광객이 급증한 결과다. 지난해만 해도 총 1085만1000명이 제주를 찾아 직전연도보다 12%가 늘어났다. 이들이 제주경제에 기여한 관광수입 규모가 6조5463억원에 이르렀다니 1인당 연 1100만원대의 소득을 안겨준 셈이다. 숙박업 객실 투숙률이 78.2%대를 넘어서고, 렌터카와 전세버스 가동률이 61%에 달해 직전연도보다 최고 7% 이상씩 증가한 것도 활기 넘치는 제주경제를 실감케 하는 수치다. 여유(旅遊)법 개정으로 당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관광객 수요가 되레 증가하고 카지노와 면세점 매출이 두자릿수로 급증해 올 관광객 유치목표 1150만명, 관광수입 7조 달성 역시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관광제주의 탄력은 건축붐을 불러와 건물 신ㆍ증축은 물론 개축, 리모델링 현장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수도권에서 수익형 부동산 판촉경쟁을 벌이고 있는 제주 분양호텔을 비롯해 상가, 펜션, 리조트 등의 시설 확충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관광숙박업 객실 수가 지난해 말 1만7283실로 전년도보다 23.8%가 증가했다니 가히 짐작이 간다. 여기에 육지에서 은퇴자가 대거 제주도로 몰리면서 지난 한 해 1만2221명이 유입, 전체 인구는 60만4670명을 넘어섰다. 제주의 부동산가격이 크게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제주자치도의 이 같은 탄력의 초석 마련은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람과 상품,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국제도시를 만들자는 여론을 결집, 외국 유명 컨설팅사에 의뢰해 밑그림을 그렸다. 홍콩과 하이난섬과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처럼 이른바 ‘국경 없는 도시’를 표방, 어느 나라 사람이든 비자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관광을 즐기고, 제한없이 돈을 거래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대폭 낮추고, 토지이용 규제를 풀자는 게 핵심골자였다. 하지만 이는 말에 그쳤을 뿐 진척이 없었다. 그 결과 7대 선도프로젝트를 비롯해 각종 프로젝트 추진은 지지부진하고 외국 투자자도 투자 참여를 꺼렸다. 정부는 재차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과 시행령을 제정하고 국제자유도시를 지정, 발전의 동력을 마련했다. 이어 투자재원 부족과 조령모개식 규제, 국제 투자유치 부진, 제주도민의 배타의식 등의 걸림돌을 제거해 나갔다. 개발사업도 6대 프로젝트로 축소하고 면세점 등의 운용을 통해 주민 신뢰를 쌓으면서 오늘날 관광자치도의 터전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제주를 보면 30년에 걸쳐 어렵게 이룩한 도약의 탄력을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무턱대고 받아들이고 있는 해외 투자자금이 투기성 내지는 범죄 온상으로 내몰 수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 단꿀에 취해 투기성 자금 등 불건전한 투자를 유치해 원칙 없는 개발을 가속화한다면 제주의 앞날은 없다. 건전한 투자금을 받아들여 글로벌화해 나가는 것은 중요하나 블랙머니의 엄습은 절대 경계해야 한다.

또 갈수록 쓰레기밭으로 변하고 있는 점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고의 바다경관 지역인 공항 주변의 해안도로는 물론 애월 한담산책로 등 유명 바닷가는 폐그물을 비롯해 폐비닐ㆍ빈병 등으로 온통 쓰레기 투성이다. 올레길 걷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중산간지역, 한적한 시골마을까지 쓰레기가 지천으로 널려 오염이 극심한 상태다. 제대로 된 지역별 쓰레기처리장조차 없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시민의식 실종도 문제다. 강정마을 지키기도 뿌리인 환경보호에서 출발해야 설득력을 갖는다. 제주의 생명력은 자연이다. 민관이 협력, 제주의 최고 가치인 자연을 어떻게 보존하고 투자유치를 받아들이냐에 따라 운명이 재차 뒤바뀔 수 있음을 제주자치도와 주민은 명심해야 한다.

장용동 대기자 ch10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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