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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전 번역으로 만나는 초기 불교의 순수한 가르침 ‘담마빠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쇠에서 생겨난 녹이 그것에서 생겨서 바로 그것을 먹는 것처럼, 이처럼 자신의 행위가 규칙을 범하는 자를 나쁜 곳으로 이끈다.”

이는 ‘담마빠다’의 240번째 게송(揭頌ㆍ불교적 시의 한 형식)이다. 흔히 ‘법구경(法句經)’으로 불리는 ‘담마빠다’는 현존하는 불교의 가장 오래된 경전 중 하나다. 초기 불경의 가르침은 이처럼 매우 소박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그 가르침은 인류 보편타당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종교라는 틀을 넘어 그 자체로 깊은 감동을 준다.

그러나 중국을 거쳐 우리에게 불교가 전래된 탓에 우리는 오랫동안 중국인들의 사유와 부처의 가르침이 뒤섞인 한역본 ‘법구경’을 접해왔다. 빠알리(고대 인도어로 스리랑카 등 남방불교에서 사용) 원문 경전은 26장 423개의 게송으로 이뤄져 있지만, 한역본은 39장 752개 게송 판본과 33장 950개 게송 판본이 전해진다. 이 때문에 부처의 가르침을 있는 그대로 배우고자 하는 이들은 빠알리 경전을 어렵게 찾아 탐독하는 일이 많았다.

빠알리 경전 연구의 권위자인 일아 스님이 빠알리 원문을 번역한 ‘담마빠다(불광출판사)’를 출간했다.

일아 스님은 수녀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법정 스님의 추천으로 석남사에서 출가한 일아 스님은 초기 불교에 대한 가르침에 목마름을 느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현재까지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전재성이 역주한 ‘법구경-담마빠다(한국빠알리성전협회)’와 김서리가 역주한 ‘담마빠다-빠알리어 문법과 함께 읽는 법구경(소명출판)’ 등 빠알리 원문을 번역한 책들이 이미 출간된 바 있다. 그러나 이 책들은 불교를 깊게 공부하려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학술서의 성격을 갖고 있어 다소 어려운 편이었다. ‘담마빠다’는 담백하면서도 충실한 번역과 간결한 분량으로 불교를 잘 모르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구성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세상에서 원한은 원한에 의해서는 결코 풀리지 않는다. 원한을 버림으로써 풀린다. 이것은 영원한 진리이다.”(게송 5)

“만일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을 하라. 온힘을 다해서 그것을 하라. 참으로 나태한 수행자는 더욱 더 먼지를 뿌린다.”(게송 313)

일아 스님은 머리말을 통해 “직역을 하듯이 단어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여 원문의 뜻을 그대로 번역하고 불필요한 첨삭을 철저히 배제했다”며 “빠알리 원문을 함께 실어 초기 불교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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