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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윤영중> IT 기술이 낳은 현대병 ‘스팸전화’
“안녕하십니까. ○○○ 고객님 맞으시죠?” 어느 날 갑자기 모르는 곳에서 걸려온 전화.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속사포처럼 한참을 말하더니 “동의하시죠?”란다. 스팸전화인 듯하여 “죄송합니다. 관심 없습니다”라고 답해도 도통 전화를 끊을 틈을 주지 않는다. 결국엔 상대가 말하고 있는 동안에 “죄송하지만 그만 끊을 게요”하고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는 일이 반복된다. 이렇게 전화를 끊어야 하는 나도 상대방에게 미안하다. 그러나 또다시 모르는 곳에서 전화가 와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스팸이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은 지는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대량 문자 발송, IP나 전화번호를 바꿔서 전화하는 기술 등이 생기면서 함께 생긴 부작용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IT업계 종사자들은 마음 한편에 이런 기술의 부작용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게 된다. 필자 또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직업을 가진 이상 이러한 책임의식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그러던 중 박원순 씨의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 직업’이라는 책을 읽고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진 기술로 뭔가 세상에 보람된 일을 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함께 일하던 엔지니어들과 고민한 결과, 스팸전화와 보이스피싱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이런 기획으로 2012년 8월 사회적 기업 ‘에바인’을 설립하고 스팸전화 방지 앱 ‘뭐야이번호’ 무료 버전을 론칭했다. ‘뭐야이번호’는 본인의 주소록에 저장되지 않은 모든 수신전화에 대해 자체적으로 쌓은 DB와 유저들의 집단지성, 인터넷 검색을 토대로 전화 수신화면에서 앱 유저에게 전화번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 결과 누적 다운로드 수 400만을 달성, 국내 스팸전화 방지 앱 시장에서 선두업체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이로써 많은 유저들이 스팸 위협에서 한층 안전해졌지만 스팸전화에 대한 피해는 지금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스팸업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 스팸전화는 근절될 수 없고, 수신자는 많은 경우에 어쩔 수 없이 모르는 번호를 받기 때문에 이에 대한 피해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한다. 악순환의 반복인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왜 스팸전화가 끊이지 않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되었고, 그 답을 발신자와 수신자 간의 ‘통화문화 변화’에서 찾았다.

통화문화의 변화란 개인과 기업이 전화를 거는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 전화를 하는 목적을 미리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전화가 오는 상황에서 수신자에게 모르는 전화번호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고 통화 목적이 공개된다면, 모르는 번호가 주는 불안감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질 수 있다.

스팸전화는 IT 기술이 낳은 현대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시 IT기술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았다. 기술을 통해 발신자가 통화 목적을 밝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수신자는 모르는 전화번호에 대한 정보를 확인 한 후 전화를 받는 통화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이렇게 기술과 문화가 결합되었을 때 비로소 스팸전화라는 부작용으로 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IT 기업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길일 것이다.

윤영중 스팸전화 방지 앱 뭐야이번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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