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재영 LH號 ‘ 비정상의 정상화’ 가속
‘빚덩이’기업 오명 탈출 경영정상화 채찍
전직원대상 사흘간 릴레이 워크숍 개최
작년 부채 증가속도 전년대비 5분의 1로
反부패 기업문화도 한몫 4년째 ‘우수’등급


“환골탈태하는 시민 공기업이 될건가, 아니면 개혁대상으로 전락할 텐가”

지난 19일 이재영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장이 상임감사위원, 부사장 등 임원 및 처ㆍ실장 50여명과 1차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경영정상화 방안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공사의 운명이 걸린 위기순간”이라며 “조직 발전의 계기를 스스로 마련하자”고 거듭 당부했다.

아울러 이 사장은 개혁의 추진동력을 얻고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사흘간 릴레이 워크숍을 열었다. 직접 소통으로 위기를 정면돌파하려는 의지라는 게 안팎의 평가다.

그래서일까. ‘빚 덩어리’란 오명을 뒤집어썼던 LH호(號)의 경영정상화 작업에 부쩍 속도가 붙고 있다. 반(反)부패기업문화를 바탕으로 부채증가폭을 대폭 줄이고, 사업방식에서도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는 평가다. 

▶ 작년 부채증가속도, 전년대비 5분의 1수준으로 줄어 = LH는 지난해 말 기준 금융부채를 전년대비 1조8000억원 늘어난 105조7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통합이후 3년 간 평균 10조원 가까이 증가하던 부채증가 속도의 20%수준이다. 같은기간 부채 증가액 28조8000억원의 6%에 불과하다.

이같은 금융부채 증가폭 축소는 무엇보다도 재고자산 판매 노력의 성과란 분석이다. LH에 따르면 지난해 토지ㆍ주택 등 보유자산 판매실적이 22조1000억원으로, 2012년 대비 30% 가까이 상승했다. 이는 작년 초 설정한 보유자산 판매목표(20조4000억원)대비 108.3% 늘어난 수치다. 계획을 초과달성한 것.

이런 성과는 관련 업계 안팎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부동산경기 장기침체ㆍ부동산 규제완화 관련법안의 국회통과 지연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공사가 재무개선을 꾸준히 실천한 결과라서다.

권한과 책임을 강화한 것도 부채증가폭을 대폭 낮춘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재영 사장은 작년 6월 취임 이후 지역 및 사업본부에 판매목표를 명확히 제시했다. 22개 지역본부장 및 사업본부장과는 판매경영계약을 맺었다. 책임경영체계를 구축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도 차등지급했다.

그 결과 LH의 판매실적은 경영계약 체결 후 3개월여 간 1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전 9개월여 간 실적이 10조8000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판매 증가는 ‘대금회수→ 실적제고’로 이어졌다. 작년 LH는 매각대금 회수를 통해 17조8000억원을 스스로 조달했다. 외부차입금 규모도 대폭 줄었다는 게 LH 측 설명이다.

▶ 반(反)부패 기업문화의 ‘보이지 않는 힘’ = 이처럼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LH가 경영정상화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던 건 ‘반(反)부패’를 일상화 한 기업문화의 토양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반응이다. 깨끗한 조직일 수록 경영진의 슬로건이 효과를 발휘하는 건 불문가지다.

실제 LH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한 2013 반부패경쟁력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았다. LH는 이 분야 4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는 공직사회의 청렴문화 정착 및 부패척결을 위해 각 기관에서 추진하는 부패방지성과 및 노력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다. LH는 기관장의 반부패의지와 취약분야 제도개선ㆍ청렴교육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땄다.

이재영 사장도 지난 6월 취임 후 ‘청렴 드라이브’를 걸며 경영정상화의 기반이 될 조직문화 다지기에 나섰다. 그는 “청렴은 공직수행의 기본”임을 강조하며 청렴캠페인 ‘CLEAN ABC(All Basic Customerㆍ전 임직원이 기초부터 살펴 고객이 체감하는 청렴문화를 만들자는 의미)’를 전사적으로 전개했다. 아울러 부패행위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통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했다. 또 ‘기동감찰반’을 세워 토착비리ㆍ건설현장비리 근절에도 앞장섰다.

▶ 단독사업 탈피ㆍ사업관리 민간참여 허용 등 혁신 지속 = 올해 LH는 민간의 창의와 자본을 활용한 사업방식 다각화, 사업추진 시 민간 전문기관 및 전문가 참여를 통한 사업관리 강화 등 사업추진체계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임대주택 공급 등 정부 정책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재무적 토대를 마련한다는 것.

현재 LH가 추진 중인 사업방식 다각화는 리츠를 활용한 임대주택건설을 비롯, 주민참여형 환지방식ㆍ공공-민간 공동개발ㆍ대행개발 등이다. 우선 민간자본 조달을 추진한다. 현행처럼 LH가 사업비를 전적으로 부담하는 방식으로는 정부 정책사업의 안정적 추진이 사실상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LH는 올해부터 연간사업비 18∼20조원의 20%(3조6000억∼4조원)정도는 민간에서 충당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3개 사업에 시범적용한다. 하남ㆍ미사지구의 경우 민-관 공동개발을 추진한다. 동탄2ㆍ하남미사지구 사업은 리츠를 활용한다. 전주 효천지구는 환지방식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재영 사장은 신년 업무보고에서 “민간과 손을 더 많이 잡고, 몸은 더욱 낮출 것”을 주문했다. 이어 “LH가 모든 주도권을 쥐고 독점으로 사업하던 시대는 갔다”고 강조했다. 또 이 사장은 “민간자본을 끌어오려면 리스크도 민간과 공동으로 부담한다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업관리 강화에도 적극 나선다.

우선 신규사업의 경우 사업추진에 앞서 타당성검증 기능을 강화한다. 투자의사 결정도 외부전문가를 50%이상 참여시켜 사업착수와 관리의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지자체를 비롯, 외부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합리적으로 대응한다는 것.

LH는 소위 ‘비즈니스 마인드’도 사업에 전격 도입했다. 개별 사업단위별 책임자가 계획ㆍ판매ㆍ예산ㆍ인사 등의 권한과 책임을 갖고 사업을 수행하는 소사장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