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앞 공인중개업소는 찾아온 주택 수요자와 상담하느라 분주했다. 취재를 위해 들린 4~5곳의 중개업소 상황은 비슷했다. 상담객이 찾아와 중개업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전화벨은 수시로 울렸다. 시장 동향을 확인하기 위해 종종 들리는 곳이었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은마아파트 매물은 최근 한달사이 호가(부르는 값)이 평균 5000만원 정도씩 뛴 상태였다. 씨티로드공인 관계자는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은 일단 기존 가격에 팔지 말아 달라는 문의가 많고, 매수자들은 관심 매물에 대한 시세 동향을 확인하고 있다” 고 전했다.
인근 개포동 개포주공 아파트도 마찬가지. 단지내 상가에 위치한 수정공인 관계자는 “대부분 집주인이 ‘조금만 더 지켜보자’며 팔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근 강남 공인관계자 역시 현재 ”문의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조금 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최근 1주일 사이 호가가 1000만원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계획을 발표한 이후 강남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지역은 최근 사업에 속도를 내는 곳이어서 호재가 겹쳤다. 단지별로 사업 추진이 가속도가 붙고 있는데 사업성에 도움이 될만한 규제완화 대책이 발표되니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것.
은마아파트는 지난해 이달 18일 주민총회를 열어 재건축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예고하고 있다. 개포주공 아파트는 단지별로 사업승인을 받는 곳이 늘어나는 등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반포 저밀도지구 가운데 사업추진이 가장 늦은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의 경우도 지난해 9월 재건축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등 사업 추진을 본격하하고 있다.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사장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를 피하려고 작년부터 사업이 활발해졌는데 국토부 업무보고 이후 호가가 더 뛰었다”며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매수자와 매도자간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 단지 가격은 근래 저점을 찍었던 2012년말에 비해 10∼30%, 금액으로 최고 4억원까지 뛴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개포지구는 이 기간 10∼28%가 상승했다. 개포 주공1단지와 시영도 같은 기간 9000만∼1억3000만원 가량 뛰었다.
개포지구 가운데 가장 사업추진이 빠른 단지 중 하나인 개포 주공2단지는 지난해 사업승인인가를 받고 올해 말부터 이주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2012년말 대비 규모별로 1억4000만∼1억8000만원이 올랐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2012년 말 대비 28∼31%나 뛰었다. 금액으로 2억5000만∼3억2000만원 정도씩 오른 것. 현재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 신청을 밟고 있는 이 아파트는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어려워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컸던 만큼 이번 정부의 초과이익환수 폐지 방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도 비슷한 분위기. 이 아파트 시세는 평균적으로 이미 2010년 초의 최고점까지 가격이 올랐다. 예컨대 이 아파트 149㎡형은 2012년 말 평균 19억원에서 현재 23억원으로 1년2개월만에 4억원이나 뛰었다.
반포동 대한부동산 이계승 부장은 “지난주 초과이익환수 폐지 기대감까지 높아져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매수세가 적극 나서지는 않는 모습이다. 단기간에 시세가 뛴 만큼 상황을 지켜보는 수요자들이 많다는 게 해당 지역 중개업소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작년부터 재건축 가격이 많이 올라 당분간 매도-매수자간의 힘겨루기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실거래 여부와 가격 추이, 정부의 법 개정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매수 여부를 결정하는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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