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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국면 접어든 우크라 사태, 동서분열ㆍ경제위기 산넘어 산…“국가분열 안된다” 국제사회 한 목소리
[헤럴드경제=문영규ㆍ강승연 기자]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도피로 3개월간 지속된 우크라이나 사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정치 권력이 기존 야권이 주도하는 최고 라다(의회)로 완전히 넘어간 가운데, 의회는 오는 5월25일 대선 이전까지 정부를 이끌어갈 연립 내각 구성에 착수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겸임하는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은 23일(현지시간) 러시아와 관계를 재정립하고 우크라이나를 유럽의 일원이 되도록 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밤 수도 키예프를 떠나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동부 지역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23일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의회, 연립내각 구성 착수…5월25일 대선= 투르치노프 권한대행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와의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공평한 우호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러시아 지도부와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우선순위는 유럽과의 통합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유럽 국가들의 ‘가족’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르치노프 의장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도피로 이날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으며, 오는 5월25일로 예정된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 해당 직무를 겸임한다.

의회는 다음 주 초 야권 정당들을 중심으로 한 연립 내각을 구성하고 새 총리도 선출할 예정이다.

▶동-서 분열, 2개 정부 수립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야권이 무사히 새 정부 구성을 마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날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의회의 결정을 ‘쿠데타’라고 비난하면서 자신은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며 사임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흑해함대가 주둔해 있고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남부 크림반도 지역에서도 의원들이 자치권과 러시아의 ‘보호’를 요구하고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NYT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동남부 러시아계를 중심으로 독자세력을 형성한다면 수도를 장악한 야권은 ‘독립성’ 유지를 위해 무력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최악에는 두 개 이상의 정부가 대립하며 유고슬라비아 방식의 국가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도 키예프의 반정부 시위대가 야권 지도자들 역시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정국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경제, ‘재앙’(catastrophic)=파탄 상태인 경제상황도 시급한 당면 과제다. 특히 러시아가 지난 20일 차관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인디펜던트는 우크라이나의 외화보유고가 180억달러(19조원)에도 못 미치며, 환율도 계속 떨어져 당장 부채상환에 필요한 자금만 100억달러(10조7000억원)를 넘는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우크라이나가 내년 말 기한인 부채 170억 달러(약 18조원)에 대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피하려면 러시아나 서방 등 외부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도 이날 국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경제 상황은 재앙을 맞고 있다”며 “국가 재정이 바닥난 상태”라고 위기 상황을 크게 부각시켰다.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은 “전 세계적인 경제회복세와 달리, 우크라이나 경제는 현재 디폴트직전의 상황”이라며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 나라를 구렁텅이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고 월급과 연금 등을 차질없이 지급하는 등, 투자자 신뢰 회복 및 기업 성장, 일자리 창출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 우크라이나 국가분열 우려=국제사회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 우크라이나 정국 변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앙겔라메르켈 독일 총리, 그리고 미국 백악관이 정국 위기를 겪는 우크라이나의 동서 분열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영토적 통합성이 유지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23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날 메르켈 총리와 푸틴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했다며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가 신속히 제 기능을 할수 있는 정부를 구성해야 하며 영토적 통일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소개했다.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또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의 정치ㆍ경제적 안정에 공통의 관심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수전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분열이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라이스 보좌관은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군대를 파견하는 것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사회는 도피 중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지지해온 친(親) 러시아 성향의 동부 지역과 새로 권력을 잡은 기존 야권의 지지 기반인 서부 지역이 충돌해 각자 독립 정부를 세우면서 국가 분열 사태가 초래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미국과 유럽, 영국 등 서방 각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동참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제프리 파얏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지원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호주 시드니에서 있었던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경제 원조 방안을 긴급 논의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인도주의적인 관점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우크라이나의 민주화와 안정화, 성장을 위한 지원 의사를 밝혔고,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도 “우크라이나 재건을 도울 수표를 들고 가야 한다”며 이에 동의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경제 안정화와 정치 위기 해결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24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문영규ㆍ강승연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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