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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정용덕> 신년 업무보고와 정부업무평가
무지개빛 청사진 나열 아닌
실현가능성 있는 계획 수립
성과 평가지표 함께 첨부해
업무평가委가 활용토록 해야


애매모호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나라 국무총리의 역할이지만, 나름대로 명확한 두 가지 기능이 있다. 법률에 근거한 규제개혁과 정부업무평가가 그것이다. 전자는 1994년 출범한 김영삼 행정부가 ‘행정쇄신위원회’를 통해 추진하던 규제개혁을 지속시키기 위해 임기 말 신설한 ‘규제개혁위원회’가 담당해 온 기능이다. 15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대통령이 ‘진돗개 정신’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규제개혁이 난제임에 틀림없다.

후자, 즉 정부업무평가는 2006년 제정된 ‘정부업무평가기본법’에 따라 ‘정부업무평가위원회’를 신설해 8년째 실시해 온 기능이다. 우리 행정부의 정책평가는 네 단계에 걸쳐 진화했다. 국무총리 행정조정실(1961~81)과 경제기획원(1981~94)이 차례로 실시했던 ‘심사분석’ 그리고 국무조정실이 심사분석에 더해 정책평가 기능도 추가한 ‘심사평가’(1994~98)가 첫 두 단계에 해당한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제정된 ‘정부업무등평가기본법’에 따라 신설된 ‘정책평가위원회’의 ‘정책평가’(1998~2006)는 제3단계다. 제4단계에 해당하는 현재의 정부업무평가위원회는 국무총리와 민간인 공동위원장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이처럼 확대되고 격상된 평가체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추진해 온 탈(脫)관료제 정부개혁의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대통령비서실이나 감사원 같은 참모기구가 계선기구의 정책추진 과정에 일일이 개입해 통제하던 전통적인 방식을 지양하기 위한 것이다.

대신 각급 기관장은 상위(감독)기관장에게 정책목표를 약속(계약체결)하되, 업무는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사후 성과평가를 통해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소위 ‘절차에서 성과로’의 개혁이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행정의 신축성과 창의성을 모두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1994년 ‘정부성과결과법’을 도입한 미국을 필두로 많은 선진국이 이와 같은 평가체계를 제도화했다. 네 단계에 걸쳐 제도화가 이루어진 우리의 정부업무평가위원회를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명박 행정부는 별로 활용하지 않았다.
지난 5일 국무조정실의 신년 업무보고에 2013년도 정부업무평가 결과도 포함되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박근혜 행정부가 이 법정기구를 다시 활성화하려나보다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이왕 정부업무평가 기능을 재활성화하려면 보완해야 할 사항이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신년 업무보고와 정부업무평가를 보다 긴밀하게 연계할 필요성이 있다. 업무보고는 각 부처가 대통령 임기 중 수행할 정책과 그것의 당해연도 사업계획에 대해 대통령과 계약을 체결하는 행사다. 이 행사가 의미있으려면 최소한 두 가지를 의무화해야 한다.

첫째, 각 부처와 산하기관이 있는 힘을 다해 추진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을 개발하고, 실천방안을 마련해 보고해야 한다. 단, 국민과 관련 이익집단의 이해 그리고 국회 통과 등 정치적 실현 가능성도 감안해 구체적으로 계획된 정책이어야 한다.

둘째, 부처가 내세우는 핵심 정책일수록 성과 평가지표도 첨부토록 해야 한다. 이 지표를 적용해 정부업무평가위원회는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이듬해 각 부처의 업무보고에 포함시키도록 한다.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각 기관장이 업무보고에서 무지개빛 청사진을 나열하는 무책임한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는 대통령과 기관장 간 체결된 약속의 이행 정도를 평가해 보고함으로써 행정수반의 정책관리를 보다 내실있게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은 ‘책임총리제’니 ‘장관책임제’니 하는 규범의 실현에도 얼마간 도움이 될 것이다.

정용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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