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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활한 ‘오렌지공주’ 티모셴코,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대권후보로 등극
3년 간의 수감 끝에 22일(현지시간) 극적으로 풀려난 율리아 티모셴코(54) 우크라이나 전 총리는 석방 즉시 반정부 시위대 집결지인 독립광장으로 향했다. “티모셴코” “티모셴코”라며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10여만명의 시위대 앞에서 그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드디어 국가의 암덩어리인 야누코비치를 제거했다. 여러분들은 영웅”이라고 연설했다.

2004년 오렌지혁명을 주도한 ‘오렌지 공주’이자, ‘우크라이나의 잔다르크’로 불리우는 티모셴코가 ‘철의 여인’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인생은 한편의 드라마 처럼 파란만장했다. 어린시절은 불우했다. 우크라이나가 소련에 속해있던 1960년 우크라이나 동부 드니프로페트롭스크에서 태어난 그는 세살때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면서 홀어머니 밑에서 외동딸로 자랐다. 어머니는 택시 배차원으로 일하며 친정어머니와 여동생까지 돌보며 딸을 키웠다. 12살에 티모셴코는 1972년 뮌헨올림픽의 체조 3관왕인 러시아 올가 코르부트를 선망하며 체조선수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돈에 대한 소중함, 독립심, 강철같은 의지를 이 때 키웠다.


그의 인생은 19세에 공산당 간부 아들 올렉산드르 티모셴코와 결혼하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와 딸 예브게아를 낳았고, 대학에서 산업ㆍ노동경제학을 공부하며 육아와 학업을 병행했다. 1984년 대학 졸업 뒤 레닌기계제작공장에 취직해 근무하다 1988년 남편과 ‘터미날’이란 비디오테이프 대여사업을 시작했다. 옛 소련 개방정책인 ‘페레스트로이카’ 바람을 타고 영상물이 대대적인 인기를 끌면서 돈을 만지기 시작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석유회사(KUB)’를 설립, 총지배인으로서 경영수완을 익혔고, 1995년 ‘우크라이나 통합에너지시스템(EESU)’를 설립, 천연가스 수입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EESU가 200만 일자리를 책임지는 대기업으로 성장하며 그는 ‘가스공주’란 별칭을 얻었다.

1996년 국회의원 당선과 함께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 그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에너지 담당 부총리로 재직했다. 남편 올렉산드르가 2001년 부정부패로 투옥되는 등 정치적 시련기가 찾아왔다. 2004년 ‘오렌지혁명’은 그에게 정치 투사 이미지를 덧입혔다. 서쪽을 대표하던 야당 출신 유셴코 대통령이 재선거를 통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티모셴코는 2005년 2월에 사상 첫 여성 총리로서 등극했다. 하지만 2010년 대선에서 야누코비치가 승리하며 그의 역경은 다시 시작됐다.

금발의 땋아올린 머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이는 19세기 국민적영웅으로 불리는 시인 레샤 우크라인카를 따라한 것으로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사업가 시절에도 스커트만 착용하는 등 그는 여성적 스타일을 강조해왔다.

‘철의 여인’은 오는 5월 대권에 도전한다. 일단 대중은 그의 편으로 보인다. 하지만 걸림돌이 없지 않다. 지난 22일 석방 직후 연설 때 군중 속에선 “군중의 반역자”란 외침이 나오기도 했다. ‘부패한 엘리트’란 이미지를 걷어내고 그가 차기 대권을 쥘 수 있을 지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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