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생생뉴스］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의 석방과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실권 등으로 우크라이나 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가운데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노림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지난해 11월부터 계속된 야권의 반정부 시위에도 불구하고 자진사퇴를 거부하며 끝까지 정국을 거머쥘 것을 시사해왔다. 그러나 돌연 야권과 타협 후 수도 키예프를 떠났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재기를 위한 일보 후퇴인지 정계에서 물러나기 위한 수순인지 해석이 분분하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야권과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과격 시위대를 무력 진압해, 82명의 사망자를 낼 정도로 대규모의 유혈사태까지 야기했다. 유혈사태 이후에는 야권의 요구 사항인 조기대선과 대통령 권한 축소 개헌, 거국 내각 구성 등을 수용했다. 이 같은 과정은 모두 정권을 지키려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선택이었다. 그 만큼 다음해 3월까지로 예정된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지난 21일(현지시간) 야권과 타협안에 서명한 이후 그는 바로 수도 키예프를 떠나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동부 지역의 하리코프로 자리를 옮겼다. 키예프는 야권의 손에 넘어갔고, 의회를 장악한 야당은 대통령 퇴진과 5월 조기 대선을 결의했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5월 조기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도를 비운다는 것이 자신의 입지를 내어주는 것임을 의미하는 상황에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왜 자리를 옮겼을까.

일각에서는 자신의 정치 기반을 찾아 지지세력을 확보, 향후 정국을 타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티모셴코 전 총리의 석방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은 바로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미국에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고,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와 달리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왔다.

정국이 티모셴코 전 총리를 중심으로 규합된 야권과의 대결로 치닫는 상황에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세력을 모으기 위해 전통적인 표밭이자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규합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반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사실상 자진 사퇴를 결심했다는 주장도 있다.

최대 야당인 바티키프쉬나(조국당) 소속의 니콜라이 카테린축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이미 구두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수도에서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입지가 날로 좁아지고 있다. 여당의 지역당 의원은 애초 205명이었으나 이 중 50여명이나 탈당을 했다. 야권과의 협상 하루 전 실시된 의회의 대통령 퇴진 결의안 표결에서는 380명의 의원들이 참석해 전원 찬성했다. 군은 중립을 선언해 사실상 군 통수권자의 바람을 외면했고, 경찰도 유혈사태 이후 정권에 더 이상 협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러시아로 망명하려 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동부 도네츠크주의 한 공항에서 전세기를 이용해 러시아로 향하려다 관련 서류가 없어서 국경수비대에 저지당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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