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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강남권 시장심리 수직상승 “잠시만요, 바빠서…”
[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손님 때문에…잠시 기다려주세요”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5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기자가 머무른 30여분 간 네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모두 ‘매물을 거둬야 하냐’ 또는 ‘지금 매수 들어가도 되느냐’고 묻는 내용이었다. 사무실 김 모 대표는 “(오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소식에 최근 주춤하던 시장심리가 살아나는 것 같다”며 “중개인들끼리의 매물확보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강남ㆍ강동ㆍ서초ㆍ송파)재건축단지 시장심리에 불이 붙었다. 조합원의 이른바 ‘순이익’을 최대 절반까지 회수하는 내용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환수제)를 없애겠다는 정부 발표때문이다. 특히 연내 관리처분이 불투명했던 잠실5단지나 개포1단지 등은 ‘단비같은 호재’라며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초과이익환수유예가 올해로 끝나 내년부턴 한 가구당 1∼2억원씩 부담금 폭탄을 맞을 수 있었기 때문.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 강남권(강남ㆍ강동ㆍ서초ㆍ송파)재건축단지 시장심리에 불이 붙었다. 조합원의 이른바 ‘순이익’을 최대 절반까지 회수하는 내용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환수제)를 없애겠다는 정부 발표때문이다. 특히 연내 관리처분이 불투명했던 잠실5단지나 개포1단지 등은 ‘단비같은 호재’라며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사진은 잠실주공5단지 전경

▶ ‘대못 빠졌다’ 환영 = 잠실 5단지(3930가구) 상가 내 공인중개업소들은 이날 ‘대못 하나가 빠진 기분’이라며 환영일색이었다. 중개사들은 “이번 발표는 매수ㆍ매도자 모두에게 호재”라고 입을 모았다. 왜일까.

재건축예정 단지에서 집은 곧 조합원 분양권이다. 집을 사들이는 게 투자로 인식되는 이유다. 환수제가 사라지면 매수자에겐 사업종료 후 부담할 ‘미래비용’이 줄어든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매도자 입장에선 계속 갖고 있어도 개발이익금을 부담할 필요가 없어졌다. 굳이 빨리 팔 필요가 없다는 게 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인근 A공인 김 모 대표는 “실제 매도자들은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매물을 거둬들이고, 매수자들의 ‘입질’은 더 세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매시장도 호조세를 유지 중이다. 지난 세 달 간 거래량은 감소추세지만 실거래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잠실박사공인 등에 따르면 5단지 전체 매매 거래량은 작년 12월(계약기준) 23건ㆍ1월 14건ㆍ2월 9건을 찍었다. 전용 76㎡, 82㎡ 등 전 면적대에서 두달 간 2000만∼3000만원씩 올랐다. 추격매수가 붙었기 때문이다. 박준 박사공인 대표는 “매도자 우위로의 시장 변화가 더 빨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구 개포 1단지(5040가구)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곳은 상가세입자 협의가 덜 끝나 연내 관리처분이 힘든 상태였다. 채은희 개포공인 대표는 “(환수제는) 시장활성화에 있어 가장 큰 심리적 걸림돌 중 하나였다”며 “현재 매물이 부족해 거래는 줄었지만 대기수요가 꾸준하다. 매수세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곳도 50㎡형 기준 실거래가가 최근 두 달간 3000만원 오르는 등 추격매수세가 생긴 상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처럼 수혜를 입는 강남권(강남4구) 재건축단지는 총 5만2293가구다. 수혜대상 서울 재건축 단지 총 6만6335가구의 78%가 넘는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수혜예상 주요재건축단지(강남4구)

▶ 왜 강남권에 ‘단비’일까? = 전문가들은 환수제 폐지가 강남권 재건축에 이득인 주요 이유를 가격차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제도는 개발이익 산정기간을 재건축 추진위 설립 승인일∼준공일까지로 둔다. 이 기간 동안 집값 상승분에서 건축비 등을 뺀 금액이 조합원 1인당 3000만원 이상이면 초과이익으로 보고, 이 중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부과한다. 즉, 추진위 설립승인시점보다 현재 가격이 높은 재건축단지가 강남권에 집중돼 있다는 것.

물론 준공일 집값은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현재 집값수준을 보더라도 시장심리에 미칠 긍정적 효과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치 은마아파트 전용 84㎡의 추진위 설립승인 시점(2003년12월)과 현재(2월14일) 매매가는 1억8500만원 차이난다. 같은 기간 잠실주공 5단지 전용 82.5㎡ 의 가격차는 4억4500만원이다.

이재국 서일대 교수는 “환수제 폐지는 실제 발생한 초과이익의 갑절에 해당하는 시장심리 회복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선거용 아니냐”, “국회 통과할까” 후폭풍 우려도 =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에 재건축단지 우대정책을 써 표심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관리처분을 준비 중인 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 조합 관계자는 “물론 우리 입장에서야 (사업을 서두르지 않고 다지면서 할 수 있으니) 좋지만, 왜 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번 대책이 나왔는지 의심스럽다”며 “결국 국회를 통과해야 가능한 건데, 야당이 동의해주겠냐”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 연구위원도 “정부는 집값 안정세를 예측하고 이번 대책을 내놨겠지만, 만약 강남 재건축만 시장심리가 좋아져 값이 뛰었을 땐 야당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통과가 불투명해 대책이 무위로 돌아갈 경우)시장에 후폭풍도 만만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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