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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벽한 연기…박한 점수…쿨한 여왕…
“짜다…” 점수 본 김연아의 혼잣말
“내일만 생각할 것” 금새 털어낸 여왕

심판들 예상외 점수에 외신도 이의 제기
마지막 조엔 후해져 일관성 논란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전광판에 74.92점이 찍히자 김연아(24)는 아쉬운 듯 고개를 좌우로 까딱까딱 움직였다. 그리곤 이내 관중의 환호에 손을 흔들어 답한 후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짜다….” 옆에 있던 신혜숙 코치를 힐끗 바라보자 신 코치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고의 점프, 최고의 기술, 최고의 연기. 김연아는 완벽했지만 심판들의 점수는 다소 부족해 보였다.

김연아가 20일(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9.03점, 예술점수(PCS) 35.89점, 합계 74.92점으로 1위에 올랐다. 올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식 최고기록이자 자신이 역대 국제대회에서 기록한 성적 중에선 다섯 번째로 높은 점수다.
하지만 러시아의 복병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위·74.64점)에게 불과 0.28점 차로 앞선 불안한 1위다. 경쟁자로 예상됐던 율리야 리프니츠카야(러시아·65.23점)는 5위, 아사다 마오(일본·55.51점)는 16위로 처졌다.

김연아는 21일 오전 3시46분 24명의 선수 가운데 가장 마지막 순서로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펼친다. 더이상 완벽할 수 없는 ‘클린’ 연기였다. 김연아는 애절한 그리움을 담은 뮤지컬 삽입곡 ‘어릿광대를 보내주오’가 흐르자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돌면서 연기를 시작했다.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이었지만 첫 과제이자 주특기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깨끗하게 성공시키고 나선 안도와 자신감이 얼굴에 묻어났다. 다시 강심장을 장착한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도 정확히 뛰었고 최고레벨(4)의 카멜 스핀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마지막 점프인 더블 악셀까지 완벽하게 성공시키자 살짝 미소를 짓는 여유도 보였다.

준비한 점프를 모두 마친 김연아는 레이백 스핀으로 레벨3을 받고 0.79점의 가산점을 받았다. 이어 경기장을 종횡무진 오가며 화려한 스텝 연기로 애절한 감정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평소 레벨4를 받는 스텝 시퀀스가 이날은 레벨3를 받아 아쉬움을 남겼다.

잔잔히 이어지던 음악이 다시 살짝 높아지면서 감정을 끌어올리는 마지막 부분이 다가오자 김연아는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에 돌입했다. 최고레벨4와 수행점수(GOE) 1.07점을 얻어낸 우아한 스핀을 마친 김연아는 살짝 앞으로 나오면서 양팔을 부드럽게 뻗는 동작과 함께 연기를 마쳤다. 2분50초의 숨막히는 연기가 끝나자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여왕의 귀환’을 뜨겁게 환영했다.

하지만 완벽했던 연기에 비해 심판들의 점수는 다소 박했다. 반면 마지막 조 선수들에게는 기대 이상의 후한 점수를 줘서 일관성 없는 판정이 도마에 올랐다. 국내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아무리 짜게 받아도 최소한 76점 이상은 나왔어야 할 연기였다” “밴쿠버올림픽 때(78.50점)보다 높은 점수를 예상했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재은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사는 “김연아의 순서까지만 해도 심판진의 전체적인 경향이 박한 편이라고 이해했다. 그런데 갑자기 점수를 퍼주기 시작했다”며 “기본점이 10.10점에 달하는 고난도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점프를 김연아가 정확히 뛰었음에도 GOE는 1.50점이었던 반면, 소트니코바의 트리플 토루프-트리플 토루프 점프(기본점 8.20점)는 1.60점을 받았다. 기본점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쉬운 점프라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높은 GOE를 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아는 그러나 심판들의 점수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연아는 “연기 순서가 앞쪽이어서 불리했던 점이 없지 않다”면서도 “지금 말해도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내일만 생각하겠다”고 쿨한 모습을 보였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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