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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올림픽]죄인처럼 숨죽였던 韓 쇼트트랙, 처음으로 웃었다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쇼트트랙 경기가 시작되고서 단 하루도 마음놓고 웃지 못했다. 금메달 소식을 전하지 못한 데다 여러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는 마치 죄인처럼 제대로 숨조차 크게 쉴 수 없었다. 대표팀 코치는 ”모든 경기가 끝나고 말을 하겠다“며 입을 닫았고 어린 선수들은 “목숨 걸고 뛰겠다”며 절박함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까지의 응어리를 한 순간에 산화시킬 수 있었다.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차세대 퀸’ 심석희(17)의 괴력이 폭발하면서 그동안 참고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기쁨의 눈물이었고 한맺힌 눈물이었다.

한국 쇼트트랙이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 8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2014 소치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캐낸 첫 금메달이었다.

박승희(화성시청)·심석희(세화여고)·조해리(고양시청)·김아랑(전주제일고)으로 꾸려진 한국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4분09초498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캐나다가 4분10초641로 은메달, 이탈리아가 4분14초014로 동메달을 나눠가졌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한국의 석연찮은 실격 판정으로 금메달을 가져갔던 중국은 2위로 레이스를 마쳤지만 이탈리아 선수가 넘어지는 과정에서 반칙을 저질렀다는 판정을 받아 실격했다.



이로써 여자 3000m 계주는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4연패를 이룬 뒤 밴쿠버에서 잠시 끊겼던 금빛 레이스를 다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심석희는 여자 1500m 은메달, 박승희는 여자 500m 동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서 두번째 메달을 수확했다. 지난 10일 여자 3000m 준결승에서 김아랑 대신 뛴 공상정(유봉여고)도 금메달을 받았다.

모든 시름과 우려를 한꺼번에 날릴 수 있는 빛나는 금메달이었다. 역대 최강의 드림팀이라는 찬사 속에 소치에 입성한 여자 대표팀은 그러나 500m에서 박승희가 두 차례나 넘어지는 불운으로 동메달을 따내는 데 만족했고 3관왕이 유력했던 심석희도 1500m 은메달을 따고 눈물지었다. 먹구름을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 안)가 남자 1000m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쇼트트랙은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 대표팀 코치의 과거 구타 파문이 도마 위에 올랐고 정부는 쇼트트랙 부조리에 대한 감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성적으로 위축됐던 어린 선수들은 큰 상처를 받았다. 울지도 못했고 웃지도 못했다.

돌파구는 단 하나, 바로 금메달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가능성이 높은 여자 3000m 계주를 노렸다. 박승희는 오른쪽 무릎 부상이 완전치 않은 상태였지만 이를 악물고 뛰었다. 조해리와 김아랑도 힘을 보탰다. 심석희는 역시 가장 믿을만한 ‘병기’였다.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놓고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아웃코스 괴력의 역주로 통쾌한 금메달을 안겼다. 최광복 코치와 선수들은 얼싸안고 목놓아 울었다. 오늘만큼은 울어도 좋은 날이었다.

한편 쇼트트랙은 오는 22일 여자 1000m와 남자 500m에서 추가 금메달을 노린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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