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트레이더가 받는 스트레스가 금융위기를 장기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시장 참여자의 심리적 요인이 시장의 움직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어서 주목된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보고서를 토대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클 때 트레이더가 받는 스트레스는 위험을 감수하려는 욕구를 줄인다”며 “이에 따라 금융위기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케임브리지 신경과학 연구진은 영국 런던의 금융 중심지인 ‘시티오브런던’에서 근무하는 트레이더들을 관찰한 결과, 시장 변동성이 증가한 8일 동안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수치가 평소보다 68% 상승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어 스트레스의 정도가 금융거래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또다른 실험에서 건강한 성인 남녀 36명에게 약물을 투여해 8일 간 코티솔 수치가 68% 증가하도록 만든 뒤, 금융거래를 딴 간단한 게임을 하도록 했다.

그 결과 코티솔 수치가 올라간 실험군은 위험을 감수하려는 욕구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44%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보고서는 “금융위기 시기엔 위험 부담을 안더라도 과감한 투자를 통한 돌파 능력이 요구된다”면서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위험 회피 성향은 비이성적 투자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결국 스트레스가 시장 불안정성을 악화시키고 금융위기의 장기화를 가져오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존 코츠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이에 대해 “시장에서 생리적 매커니즘이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트레이더나 정책 결정자 그 누구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학술원회보(PNAS)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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