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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 합격 보장합니다”…‘자격증 장사’하는 학원에 두번 우는 재외동포들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중국에서 초등교육만 받은 할머니도 두 달만에 합격했다.”

서울 종로의 한 미용기술 자격증 학원의 담당자는 기술자격증 관련 상담을 위해 전화한 상담자에게 등록을 부추기며 이 같이 말했다. “한국어가 서툴다”며 상담자가 우려하자 “무조건 달달 외우면 되니까 상관없다”며 합격을 보장했다.

17일 재외동포 관련단체에 따르면, 기술교육학원의 허위ㆍ과장 광고가 ‘코리안 드림’을 목표로 한국에 온 재외동포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 자격증을 따면 비자를 연장할 수 있는 상황을 활용, 재외동포를 상대로 한 학원가의 ‘얌체 장사’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자격증을 따면 비자를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학원가가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자격증 장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 일대의 학원 풍경(PR성 홍보)과 상담(흐릿하게 촬영) 모습.

지난 주말 기자가 방문한 서울 영등포, 구로 일대 10여곳의 국가기술자격 학원에서는 “두달만 다니면 무조건 합격한다”, “한국어 실력은 무관하다”는 내용의 상담이 한창이었다. 일부 학원에서는 “비자변경까지 연결해 주겠다”며 재외동포를 현혹하기도 했다.

이런 광고는 대개 사실이 아니다. 한국어가 서툰 동포는 필기시험을 한 번에 붙기 어렵고 금속재창호, 세탁기능사 등 특정 시험에 사람이 몰려 경쟁률도 높기 때문이다. 실제 동포교육지원단의 “F-4 체류자격 변경을 위한 국가기술자격 취득교육 실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동포 수강생 중 절반은 한 번 이상 자격증 시험에 낙방한 경험이 있으며 3번 이상 불합격한 비율도 7%에 이른다. 하지만 대개의 학원에서는 이를 외면하고 ‘전원 합격’ 간판을 내걸고 100만원 안팎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일부 학원에선 낙방한 수강생에게 또 다른 수업을 권하기도 했다. 지난해 120만원짜리 농기계자격증 수업을 들은 김모(55) 씨는 “학원에서 두 달만 다니면 100% 합격이라고 했는 데, 막상 3개월 뒤 자격증을 딴 사람은 150명 중 11명이었다”며 “불합격자들이 환불을 요구하자 학원이 또 다른 국가기술자격증인 ‘금속재창호기능사’ 반을 개설하고 70만원에 이 수업을 듣게 해줬다”고 말했다. 김 씨는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학원 수업에 매진한 만큼 다른 선택은 없었고, 울며겨자먹기로 수업에 참여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게다가 관련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애써 취득한 자격증이 동포들의 구직을 방해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3월 방문취업 체류자격이 만기되는 김모(42) 씨는 금속재창호시험에 합격하고도 출입국관리소에서 “비자 변경시 용접 관련 일은 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F-4 변경을 포기했다. 법률상 F-4 비자를 습득한 사람은 단순노무직이나 간병인 등 일부 서비스직에 종사할 수 없는 데 학원에서 이런 설명없이 시험을 보게 해 낭패를 본 것이다. 김 씨는 “필기 시험이 없어 빨리 취득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금속재창호시험을 보았을 뿐 한국에서 6년간 해 온 용접 일을 계속 하고 싶다”고 했다. 


재외동포들이 학원까지 다니며 자격증을 취득하는 이유는 2012년 4월부터 이 자격증이 있을 경우 체류비자를 F-4로 변경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연장을 위해 중국 등으로 돌아가야 하는 다른 비자와 달리 F-4는 국내에 체류하면서도 비자를 연장할 수 있어 ‘코리안드림’을 목표로 한국에 온 동포들에겐 귀중한 자격증이기도 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방문취업동포들 중 5년 체류가 만기되는 사람은 약 5만5000여 명이다. 이들이 만기를 앞두고 F-4 비자 변경을 위해 대거 학원에 몰리면, 피해는 확산될 수 있다.

곽재석 이주동포정책연구소 소장은 “학원이 동포들을 착취하면 해외에서 국가 이미지도 실추된다”며 “금속창호 등 산업현장에서 쓸모없는 자격증은 없애고, 민간과 협력해 실제 취업에 활용할 수 있는 자격증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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