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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비정 군함 등 91척 동원 방제작업…부산 기름유출 사고 최악 상황은 면한듯
[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부산 앞바다에서 11년만에 발생한 대형 기름유출 사고로 해경과 해군, 항만당국 등이 3일째 방제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고발생 초기 몸을 아끼지 않은 해경 대원들의 발빠른 대처와 이후, 방제작업이 본격적으로 이어지면서 유출된 기름이 해안을 덮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부산 해경은 17일 오전 6시, 날이 밝자마자 해경 방제함과 경비정, 군함 등 총 91척을 동원해 방제작업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지난 이틀간 방제에 나선 70여척 보다 20여척이 늘어난 규모다. 항공기 시야가 확보되면서 헬기도 띄워 기름띠 추적에도 나서고 있다. 해경은 헬기 관측을 통해 유출된 기름띠의 방향과 분산정도를 파악하고 경비정 등을 현장으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15일 오후 2시20분께. 부산 남외항의 선박 묘박지에서 화물선 캡틴 반젤리스호(라이베이라 선적ㆍ8만8000t급)와 유류공급선 그린 플러스호(460t)가 높은 너울 파도와 강한 바람 탓에 충돌, 화물선 왼쪽 연료탱크에 가로 20㎝, 세로 30㎝ 크기의 구멍이 생겨 대량의 벙커C유가 바다로 흘러내렸다. 해경은 이번 화물선과 유류공급선 간 충돌 사고로 벙커C유 237㎘가 유출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이번 부산 기름유출사고는 여수 사고때보다 유출양이 많았지만 부산 해경이 온몸을 던진 초동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선박 두 척이 충돌하면서 연료탱크에 구멍이 뚫려 기름이 유출됐지만 긴급 작업에 나선 해경이 구멍을 막아 대량 기름 유출 사태는 벌어지지 않은 것이다. 신고를 받고 부산해경과 남해해경청 소속 대원들이 헬기를 타고 사건발생 1시간40분만에 현장에 도착해 유류공급선이 밸브를 잠그고, 화물선도 수평탱크를 이용해 선체를 구멍이 난 반대쪽으로 기울이는 조처를 했지만 화물선에 적재된 벙커C유 1400톤가운데 상당량이 이미 해상으로 유출된 상태였다. 남해해경청 특수구조단 소속 신승용(42)ㆍ이순형(36) 경사는 기름이 새는 선박의 파손 부위를 틀어막아 기름 유출을 최소화했다. 이들은 로프 하나에 의지해 구멍이 난 화물선 왼쪽 외벽에 매달려 필사적인 방제작업을 벌였다. 원뿔 모양의 나무쐐기로 구멍을 막고, 흡착제를 갖다 대 흘러나오는 기름을 막기 시작했고, 두시간여의 사투 끝인 오후 6시19분께 화물선 외벽 구멍에서 솟아오르던 벙커C유가 더 이상 흘러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유출된 기름의 방제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남아있다. 기름이 띠를 형성하고 바람과 조류에 따라 부산앞바다를 이리저리 흘러다니는 것. 사고 초기 북풍이 강하게 불면서 남동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던 기름띠는 16일 오후부터는 북동 방향으로 조류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애초 거제도 등 경남 남해안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됐지만 현재는 기름띠가 부산 광안리와 해운대 앞바다를 지나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연안에서는 더욱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경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기름띠의 이동 방향이 바뀌면서 연근해 어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고해역에서 동쪽에 위치한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는 400명가량의 어민이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고 있다. 어민들은 혹시라도 기름띠가 조업 해역을 덮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표정이다.

해경은 기름띠가 어장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름띠가 바람보다는 조류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돼 어장으로부터 점차 멀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조류에 변수가 생겨 흐름이 바뀔 수도 있어 추이를 주시 중이다.

한편, 환경단체는 항만당국의 부실한 해상급유 시스템을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17일 “기름유출사고가 난 것은 바다날씨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해상급유를 했기 때문으로 안일하고 무책임한 해상급유 관리시스템 부실이 부른 인재다”며 “여수 우이산호 기름오염사고가 발생한 지 2주일도 안돼 다시 부산 앞바다에서 기름오염사고가 다시 발생한 것은 해양관리당국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행정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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