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취재X파일] 전라도 비하로 변질되는 ‘염전 노예’ 파문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전남 신안군 신의도에서 발생한 이른바 ‘염전 노예’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마치 마른 날 들불처럼 거세게 번지고 있습니다.

섬 염전에서 지적장애인 2명이 무려 5년간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노예’ 생활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이 인권실태 조사에 나서는 한편 염전 업주와 지역경찰과의 유착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도 벌이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14일 법무부와 안전행정부 업무보고에서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라며 검ㆍ경에 발본색원을 지시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란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마땅히 이 같은 인권유린 사례가 오늘날에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해야 합니다.

특히 피해사실을 알린 피해자 김 씨가 편지를 부친 이발소와 관할 파출소는 불과 70m 가량 떨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종의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됐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불법 행위를 알고도 쉬쉬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입니다. 진상조사를 통해 의혹을 밝히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도를 넘은 전라도 비하와 상식을 벗어난 경찰에 대한 비난입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역 전체가 ‘노예의 섬’으로 매도되는 현실에 우려를 감출 수 없습니다.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들은 연일 전라도 지역을 싸잡아 비난하는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들 가운데 온전한 상식을 가진 글을 찾아보기란 어렵습니다.


일베에 게재된 한 게시물은 “목포경찰, 신안군청 공무원 등 전라도 전체가 한 패거리”라며 “노예들이 집단학살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라도 젓갈류에는 섬 노예의 사체가 들어있을 지 모른다”, “전라도는 심심하면 인육을 먹는다”는 식의 억측과 언어폭력이 난무합니다.

이들에게 ‘인권’에 대한 관심은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합니다. 차라리 이번 사건은 이들에게 ‘전라도=좌빨=인권침해’란 터무니 없는 공식을 주장할 기회에 지나지 않아 보입니다. 이들의 언어에서 참된 인권적 가치를 발견하기란 어렵습니다. 인권의 탈을 쓰고 있지만 지역주의는 어디까지나 반인권적 발상에 불과합니다.

이번 사건이 몰상식한 지역 비하, 경찰에 대한 터무니 없는 의혹 제기의 ‘땔감’으로 활용돼서는 안 됩니다. 지역주의란 망령 역시 21세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 발본색원 대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진 제공=구로경찰서]

kih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