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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주로 인한 기억상실, 감경사유에서 제외해야”
[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많은 범죄자들이 ‘음주로 인한 기억상실(Alcohol Blackout)’을 방어논리로 내세우고 있으며, 한국 법원에서도 많은 종류의 범죄에서 감경 사유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음주로 인한 기억상실은 과학적인 검증법이 없으며, 논리적 사고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연구결과가 알려져 화제다.

마크 프레스만(Mark Pressman) 미국 필라델피아주의 제퍼슨 의학전문대학원 약학부 교수와 데이비드 카우딜(David Caudill)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빌라노바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미국의 ‘법과학회지(Journal of forensic science)’에 기고한 ‘범죄의 방어논리나 감경요인으로 사용되는 알콜로 인한 기억상실, 증거에 기초한 검증과 과학적 증거로의 인정(Alcohol-Induced Blackout as a Criminal Defense or Mitigating Factor: An Evidence-Based Review and Admissibility)’이라는 제목이 연구논문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고 음주 기억상실은 범죄의 방어논리나 감경요인이 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자료사진


이들은 ‘음주로 인한 기억상실’을 과연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그간 연구된 26개의 실증적인 연구 자료들을 수집했다. 7명의 33~41세의 남성 알콜 중독자들에게 7~12일간 술을 먹이는 실험 결과 특정인은 혈중알콜농도가 0.140%일 때 ‘음주로 인한 기억상실’이 있었다고 호소했지만 다른 사람은 혈중 알콜농도가 0.330%가 돼서도 기억상실을 경험하지 않았다.

13명의 알콜 중독자를 상대로 12~14일간 알콜농도 50%짜리의 주류를 최대 1쿼터(0.95ℓ)까지 제공하는 실험에서도 13명 중 6명은 기억상실을 경험했지만 7명은 기억상실을 겪지 않았다.

그 외 26개의 실증적 실험의 연구결과를 분석한 결과 연구자들은 음주로 인한 기억상실 현상이 일어나고 있거나, 차후에 그 현상이 일어났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방법 내지는 과학적인 방법은 없다고 결론내렸다. 즉, 음주로 인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피의자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음주로 인한 기억상실’을 경험한 사람들도 단기적인 기억상실만 경험했을 뿐 당시 다른 인지적인 기능들(계획을 세우거나 주의를 기울이거나, 사교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기술)등은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 음주로 인한 기억상실을 경험했다고 해서 걸음이 흐트러지거나 공격적이거나 성적인 행동을 한다거나 혀가 꼬이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음주로 인한 기억상실을 경험한 사람이라고 해서 심신미약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결론이었다.

현재 미국은 자발적으로 술을 마셨거나 마약을 한 경우는 음주로 인한 감경을 하지 않으며, 독일의 경우 혈중알콜농도가 0.200%이상이면 심신미약, 0.3%이상이면 심신상실로 보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피의자의 ‘주장’에만 의존할 뿐 실제로 음주후 심신미약상태였는지를 검증하는 객관적인 기준은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성범죄에 대한 ‘음주 시 감경’은 폐지했지만 폭력 등 기타 범죄에서 음주는 아직도 감경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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