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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기러기아빠, 영상통화 적극활용…심리적 거리부터 줄여야”
전문가들이 찾은 해법
기러기 아빠
고립 자초하면 마음병
동병상련 외로움 달랠
자조모임 자주 발길을

독거노인
자녀있어도 비참한…
가족공동체 회복 최선

해외입양
아동 뿌리찾기 권리보장
자연스럽게 욕구충족을


기러기아빠, 독거노인, 입양….

한때는 같이 밥을 먹어서 ‘식구(食口)’라고 불리던 가족은 이제 모여앉아 밥 한 번 먹기도 어려운 시대가 됐다. 국내에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가족끼리 만나지 못하는 신(新)이산가족 시대다.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과 헤어져 지내게 된 이들은 인간관계의 상실로 인해 쉽게 우울증에 빠지는가 하면, 심한 경우 자살하거나 범죄자로 전락하는 등 사회적 부담으로까지 자리 잡게 된다. 신이산가족 시대의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기러기아빠, ‘자조 모임 만들어 서로 돕고 가족과 영상으로라도 계속 접촉해야’=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기러기아빠들. 교육 문제로 혹은 은퇴 후 이민 문제 등으로 자의 반 타의 반 기러기아빠가 되는 사람들은 2000년 이후 해마다 2만여명씩 새로 생겨나는 상황이다. 이제 주변에서 기러기아빠 한둘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정도다.

이들이 가장 고통을 받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다. ‘가족과 사이가 안 좋은 모양이다’ ‘직장 상사가 기러기아빠이면 술자리가 잦고 휴일 근무도 많이 시켜 피곤하다’ ‘기러기아빠인 교수는 방학마다 외국에 나가기 때문에 보직을 맡겨선 안 된다’ ‘국부를 해외로 유출시키는 주범이다’ ‘남자 혼자 있으니 외롭고 쓸쓸해서 이상한 짓 할지도 모른다’는 등의 주위 편견이 기러기아빠를 위축시킨다. 그러다 보니 점점 모임에 나가지 않고 직장과 집만 왔다 갔다 하게 된다. 혼자라는 이유로 끼니를 거르거나 건강을 소홀히 하다가 건강을 해치는 사례도 많다.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 대표는 “이처럼 고립을 자초하면서 마음의 병은 커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러기아빠들도 자조 모임을 만들어 활발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외로움을 달래야 한다는 것이다. 송길원 기러기가족서포터즈 대표 역시 “떳떳하게 기러기아빠임을 밝히고 서로의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돼야 기러기가족 문제점도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식사를 거르지 않고 1년에 한 번씩 꼬박꼬박 건강 검진을 받으며 건강을 챙겨야 후에 가족과 다시 만나서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떨어져 살며 가족과 소원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료 영상통화 앱 등이 개발되면서 부담 없이 해외의 가족과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떨어져 있다고 무심하지 말고 시간을 정해 꼬박꼬박 영상통화를 하고, 피치 못할 땐 e-메일 등을 통해 계속 소통해야 가족이 돌아온 뒤에도 아버지와의 거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자식들을 외국에 보내고 안타까워하는 부모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고독한 독거노인들, ‘가족ㆍ이웃 공동체 회복해야’=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1인가구 비율은 453만9000가구로, 전체의 25.3%에 달한다. 특히 ‘고독사’가 주로 발생하는 독거노인은 2013년 기준 125만2000명으로 추산된다. 독거노인 비율은 2000년 16%(54만4000명)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해 20%(118만7000명)를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15년 137만9000명, 2025년 224만8000명, 2035년에는 343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부분의 독거노인은 자녀가 있지만 보호받지 못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조사 결과, 독거노인의 97%가 평균 3.86명의 생존 자녀가 있지만 주 1회 이상 자녀와 접촉하는 비율은 34.9%에 불과했다”고 했다. 독거노인의 절반 이상이 가족과 접촉하지 못하는 셈이다.

2011년 노인 실태조사 결과, 전체 독거노인의 42.4%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도 어렵고 가족 간의 정마저 잃은 이들은 힘없이 하루하루를 연명하다 쓸쓸히 죽어가는 경우가 많다.

미국과 일본 등 이미 고령화 사회에 들어간 선진국들은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 케어’와 노인복지센터에서 차상위계층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노인 공동생활을 유도하고 사회복지사까지 배치한 ‘그룹홈’ 제도도 운용한다. 우리나라도 일부 농촌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해 효과를 보고 있는 ‘노인공동생활제’를 도시로 확산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인공동생활제는 임대주택이나 경로당 등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을 말한다.

권중돈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소원화된 가족관계 및 이웃 공동체 회복이 우선 필요하며 노인 돌봄 서비스에 현재는 빠져 있는 간병 등을 추가해 종합적인 지원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밀 입양은 이제 옛말, ‘뿌리찾기로 정체성 찾아야’=한국에서 국내외로 한 해 입양되는 아동은 1800~2500여명 수준이다. 광복에 이은 전쟁 등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지며 아동들의 해외 입양을 주선하면서 시작된 한국의 입양 역사는 이미 60년이 넘었다.

그동안 아동을 입양할 경우 아이에게나 주변인들에게 이를 ‘비밀’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입양됐다’는 것이 아이에게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고, 입양아에 대한 사회적인 시각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부가 가상 임신극까지 벌여가며 아이를 입양하는 경우도 많았으며, 입양 대상 아이는 아직 물정을 모르는 어린아이들만 선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입양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입양된 아이의 ‘뿌리를 찾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입양특례법이 개정돼 시행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입양인은 중앙입양원 또는 입양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신의 입양정보 공개를 청구할 수 있게 됐다. 한연희 한국입양홍보회장은 “예전에는 입양아동이 성장한 후에 친생부모를 찾고자 할 때 정보를 알 수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는데, 보다 쉽게 친생부모를 찾을 수 있다”며 “다만 이 경우에도 친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입양아동의 ‘뿌리찾기’를 보장하는 이 같은 변화는 선진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뿌리를 찾으려는 아동들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양아동과 친생부모가 만나는 일은 조심스레 준비돼야 한다. 권지성 침례신학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뿌리찾기의 경우 원칙적으로 입양기관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오랜만에 친생부모와 만나게 될 경우 입양가정에서 아동과 대화를 충실히 하며 준비를 시켜야 하고, 입양기관에서는 친생부모와 접촉해 ‘아이를 만나더라도 친권이 넘어간 상황이라 다시 데려가 같이 살 수는 없다’는 등의 주의점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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