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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결혼 9년차 주말부부도 ‘언제나 신혼’…“설레는 금요일 밤…딴 마음? 못 품죠”
新이산가족 이런 장점도…
‘롱디(Long Distance coupleㆍ장거리 연애)’라는 말이 있다.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커플을 일컫는다. 미국처럼 땅이 넓은 나라에서 롱디 커플은 전혀 새롭지 않다. 이동수단과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심리적 거리감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도 롱디 커플을 자연스러운 풍조로 만들고 있다.

얼마 전부터 국내에서도 롱디 커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주말부부도 늘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주로 남편이 타지에서 혼자 지내고 ‘직장맘’인 아내가 육아와 가사를 떠안은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주말의 의미는 남다르다. 말 그대로 이산가족 상봉하는 날이다.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는 눈에서 멀어진다고 마음까지 멀어지진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언제나 신혼’이라는 얘기도 꼭 들어맞진 않는다.

결혼 9년 차인 김모(40)-이모(39ㆍ여) 부부는 롱디 커플로 지낸 지 5년째다. 울산에서 맞벌이하던 이들 부부는 남편 김 씨가 서울로 발령받으면서 주말부부가 됐다. 아내 이 씨는 딸 둘을 낳고 나서 어렵게 직장을 구한 터라 쉽게 포기하기도 어렵다.

현재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두 딸을 이 씨가 키우고 있다. 김 씨는 “아내가 양육과 가사, 돈벌이를 모두 하고 있다”면서 “애들이 아프다는 얘기를 들을 때는 하루빨리 합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말했다. 금요일 밤 지친 몸을 이끌면서도 울산에 내려가는 이유도 바로 아이들 때문. 그래도 여전히 아내를 볼 때마다 신혼 기분이 난다고 귀띔한다.

결혼 8년차부터 주말부부가 된 박모(42)-정모(38ㆍ여) 커플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는다고 강조했다. 이 부부는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딸을 둔 결혼 14년차다. 남편 박 씨는 서울에서, 부인 정 씨는 경남에서 직장생활을 한다.

이 부부는 그리움 탓인지 전화통화를 할 때면 사소한 일로 다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박 씨는 “직접 보면 싸우지 않고 잘 지내는데 전화를 하면 싸울 때가 많다”며 “따로 살면서 받아온 스트레스를 서로 쏟아내는 것 같다”고 했다. 그에게 ‘딴 마음’을 품은 적은 없는지 물어봤다. 박 씨는 “주말부부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바람을 피울 것이라는 오해를 많이 한다”며 “외도도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 돈 때문에 주말부부를 하는데, 돈 걱정이 없었다면 일찌감치 합쳤을 것”이라고 했다.

롱디를 하고 있는 신혼부부는 어떨까. 결혼한 지 석 달밖에 안 된 안모(32)-최모(29ㆍ여) 부부는 주말이 기다려진다. 이 부부는 연애할 때부터 2년 넘게 롱디 커플로 지냈지만 결혼하면서 점점 더 서로를 그리워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원래 이 부부는 모두 서울 출신이지만 안 씨가 전남 여수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롱디 커플이 됐다. 안 씨는 연애 때부터 주말마다 꼬박꼬박 최 씨를 보러 서울에 올라왔다. 안 씨는 “일주일 만에 아내를 만나면 연애하는 것처럼 정말 좋다”면서도 “자녀 계획 등 제대로 된 부부생활을 하기 위해선 결국 합쳐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안 씨는 이달 말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롱디 생활을 접고 대학원에 다니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내 최 씨는 물론 양가 부모도 적극 찬성했다. 최 씨는 “초기에는 사회초년생이어서 회사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좋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말 애틋해졌다”며 “앞으로 매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다”고 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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