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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메달보다 동메달이 더 기쁘다? 그 이유는?
[헤럴드경제= 황해창 선임기자]올림픽하면 금은동 메달이 연상된다. 금메달은 영광과 명예의 상징이다. 색깔의 차이에 따라 메달의 가치도 금·은·동 순이다. 

그런데 은메달리스트보다 동메달리스트가 더 행복해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행동경제학의 탁월한 학자이자 하버드 로스클의 캐스 선스타인 교수<사진>의 주장이다. 선스타인 교수는 12일 블룸버그에 게재한 컬럼을 통해 은메달리스트는 조금만 더 잘했으면 금메달도 딸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에 기쁘기는 하지만 실망도 큰 반면에, 동메달리스트는 조금만 못했으면 메달을 못 땄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더 기뻐한다는 논리를 폈다.

실제 시상대에서 보인 선수들의 사진을 일반인들에게 보여준 후 기쁨과 실망의 정도를 평가한 결과 동메달을 딴 선수의 표정이 훨씬 더 기뻐 보인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 선수들이 시합 후에 한 인터뷰 기사를 일반인들에게 읽게 한 후 평가를 했더니 은메달을 딴 선수는 실망지수가 높고 동메달을 딴 선수는 기쁨의 지수가 높게 나오더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상화 선수가 12일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폭풍 질주로 1위를 차지한 뒤 곧바로 여린 ‘플라워 시상식’에서도 이런 장면은 확실히 드러났다.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리스트로서 땀과 눈물, 그리고 인고의 시간을 생각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린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 분명한 것은 맨 먼저 시상대에 오른 3위 마르곳 부르(네덜란드)가 온몸으로 동작을 취하고 만면에 웃을 머금으면서 2위 올가 팟쿨리나(러시아)보다 더 기뻐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만일 안타깝게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선수세계에선 ‘목메달’이란 표현을 쓴다. 다소 섬뜩하긴 하지만 각고의 노력을 하고도 메달을 따지 못했으니 목이라도 매고 싶은 심정에서 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엔 더 큰 고통을 감수해서라도 반드시 제기하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한편, 선스타인 교수는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넛지(Nudge)>의 저자. 전혀 다른 두 가지 요소를 접목시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무언가를 직접 대고 말하며 요구하기 보다는 넛지 방식으로 쿡쿡 찌르며, 은근히 행동을 유도하게 되는 것. 그것이 선스타인 교수의 ‘넛지 이론’의 핵심이다.

위트 있는 말투와 반짝반짝한 눈동자, 그리고 마치 애니메이션 <심슨스(The Simpsons)>의 심슨을 닮은 듯한 외모의 선스타인 교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멘토’라고 불릴 정도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백악관에서 정보규제국 실장을 지냈던 그가 지난 10월 ‘넛지’를 설파하기 위해 한국에 온 바 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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