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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럽 달구는 꽹과리와 전자기타…신명나는 난장 ‘한판’
이달 14 · 21일 공연갖는 ‘ 김덕수 일렉트릭 사물놀이’ 프리뷰
R&B ‘육자배기’ 펑키한 ‘흥타령’
발라드적인 판소리 ‘토끼이야기’
디지로그·4D 이어 새로운 시도

“사물놀이도 처음엔 이단 소리들어”
전통의 재창조가 곧 전통지키는 것


동네 마당에서 울리던 사물놀이를 세계적인 콘서트 무대에 올려놓은 김덕수가 또 일을 냈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젊은이들의 해방구, 일렉트릭 밴드를 만든 것이다. 그냥 한 번 무대에 올리자고 만든 프로젝트성이 아니라 사물놀이(꽹과리ㆍ장구ㆍ북ㆍ징)와 전자악기(건반ㆍ기타ㆍ베이스)를 팀으로 결성한 정식 밴드다. 디지로그 사물놀이, 4D 사물놀이 등 늘 새로운 시도를 해온 그에게 일렉트릭은 치명적 도발이다.

오는 14일과 21일(오후 8시) 서울 서교동 홍대 앞 KT&G 상상마당에서 데뷔 무대를 갖는 김덕수는 “신랑ㆍ각시가 첫날밤을 맞는 기분”이라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사물과 밴드의 결합은 공연 무대에서 전혀 새로운 조합은 아니다. 그러나 밴드로서 함께 완결된 라이브 무대를 꾸미는 일은 이벤트와는 다르다. 한곡 한곡의 완성도와 기승전결의 라이브의 흐름, 객석과의 호흡에 따라 공연의 질은 달라진다.

사직동 광화문아트홀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어떤 소리가 나올지 나 자신도 알 수 없다. 그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등 해외 공연만 5000회, 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호흡을 맞춰온 그에게 새로운 소리의 탐색은 여전히 흥분되는 일인 듯하다.

밴드 결성은 지난해 11월 사물놀이 35주년 공연 때 컬래버레이션 공연을 펼쳤던 정준석 씨(음악감독)의 제안으로 바로 결성됐다. 7명으로 구성된 밴드는 사물놀이 입장에서는 밴드를 통해 현을 가져오는 격이지만 밴드 입장에서 드럼 대신 사물놀이를 얻는 꼴이다.

김덕수는 “지구촌 문화 시대에 우리 음악 장르가 뭐였든 보편화된 사운드에 우리 것이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일렉트릭 사운드는 지금 가장 대중적인 사운드다. 글로벌 인재들이 그 메인 스트림으로 들어가야 전통도 살고 우리 악기가 보편적인 악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가 즐기는 일렉트릭에 전통 리듬과 노랫말, 악기가 스며들어 일상에서 친숙하게 불리는 게 이 밴드의 꿈이다. 음악이 시대와 호흡해야 한다는 건 그의 철학이다. 일렉트릭 사물놀이는 그런 의미에서 가장 트렌디하다. 리듬앤블루스적인 ‘육자배기’, 펑키한 ‘흥타령’, 발라드적인 판소리 ‘토끼이야기’ 등 예전에 없던 소리들이다.

“우리 안에서 리듬앤블루스적인 걸 끌어내야 하거든요. 일렉트릭 사물놀이는 김덕수패 사물놀이가 아니에요. 이제 그 스탠더드를 만드는 거죠.”

김덕수는 “판소리가 과거 수많은 크로스오버와 퓨전을 통해 전통이 된 것처럼 이번 새로운 시도가 또 다른 전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끼이야기’는 판소리 이수자 김나래가 영어로 불러낸다. 랩이 연상되지만 서양의 보컬과 발성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소리가 나올지 예단할 수 없다. ‘얼싸 절싸’는 전남 월산리에 구전돼온 것을 편곡했다. ‘가시리’는 ‘아리랑’에서 따와 무속춤을 프랑스 인상주의풍으로 그려낸다.

이번 공연은 라이브 클럽식대로 스탠딩으로 진행된다. 마당에서 즐기던 사물놀이를 무대로 올려놓은 그로선 사물놀이 본래의 자리로 회귀시키는 셈이다. “사물놀이 본질로 돌아온 거죠. 그동안 실내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어 변형 마당이랄 수 있는 클럽이 메인 스트림이 된 거죠.”

사물놀이 브랜드를 만든 그가 이번 일에 느끼는 자긍심이 대단하다.

“5대양 6대주에 걸쳐 수많은 사물놀이가 있어요. 직업적으로 하는 이들도 많죠. 연주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게 중요해요. 하버드대에서 사물놀이 박사 논문도 나왔잖아요. 외국인들이 꽹과리와 징을 갖고 논 게 1984년부터예요. 제가 외국 공연 갈 때마다 대부분 마스터 클래스를 여는데 그렇게 40년 동안 뿌려온 게 열매를 맺은 거죠.”

1964년 국악예술중학교에 입학해 고등학교까지 6년간 기악ㆍ춤ㆍ시조ㆍ가사ㆍ연희까지 한국적 흥과 리듬으로 온통 무장한 그이지만 그 역시 10대에 로큰롤을 듣고 자랐다.

그가 처음 사물놀이를 무대에 올린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전통을 깨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그의 행보는 전통을 살리는 것이 됐다.

이번 일렉트릭 사물놀이는 디지털 사운드에 뭔가 부족함을 느끼는 이들에겐 깊고 풍성한 사물놀이를 통해 허기를 채워줄 것으로 그는 내다본다. 정준석 감독은 “김덕수 사물놀이가 병풍 같은 존재가 아니라 밴드와 케미컬 반응해서 밴드로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 레퍼토리 음원은 가을께 발표할 예정이다. 밴드로서 대규모 록 콘서트, 재즈 페스티벌 등에 초청되면 더할 나위 없다는 생각이다.

김덕수의 야심은 따로 있다. 우리 사물놀이를 서양악기처럼 지구촌 보편적 악기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공연과 교육을 통해 차근차근 이뤄지는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전통의 재창조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시도는 흥분되고 행복하다.

“그동안 내추럴 파워와 신명으로 올인했다면 이제 ‘아이언맨’처럼 일렉트릭 겉옷을 입는 거죠. 더 강해지고 모든 사람이 좋아하고 실용적인 데로 날아가는 겁니다. 5000년 역사를 이어온 꽹과리가 초현실적인 꿈에 도전하는 거죠.”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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