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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신3사 새끼들아,요금 좀 내려봐라”..예술가들도 뿔났다?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통신3사 새끼들아,요금 좀 내려봐라“.
전 국민이 대개가 공감하는 심정을 예술가들이 작품으로 표현해 화제다.

미술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 그리고 ‘한큐'라는 이름으로 작가로도 활약 중인 윤진섭씨가 이광기 작가의 작품 ‘통신3사 새끼들아,요금 좀 내려봐라’에 자신의 글을 덧대고, 이를 바닥에 설치해 자신의 개인전에 선보였다. 한큐 윤진섭의 개인전은 지난 7일 경기도 파주의 대안공간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개막돼 오는 3월 7일까지 열린다.

통신사들이 들으면 대단히 마땅찮아 할, 과격한 타이틀의 작업을 선보이게 된 것에 대해 윤진섭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슈일 듯해 이같은 가변설치 작업을 시도했다. 이 시대를 반영한, 대다수 사람들의 삶에서 비롯된 매우 현실적이고도 절실한 사안 아닌가? 당초 이 작품은 부산에 거주하는 이광기라는 작가가 “통신3사 새끼들아 요금 좀 내려봐라”라는 문구가 적힌 검정색 테잎을 내게 우편으로 보내온 것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통신3사 새끼들아 요금좀 내려봐라. 이광기 테잎 작품에 한큐가 가변설치.

이어 “나 한큐는 이광기 작가의 작품을 차용하고, 또다른 사연을 곁들였다. 검정색 테잎를 군데군데 붙여 띠처럼 전시장에 설치했다. 제목 또한 작가의 제목을 그대로 차용했다. 한큐는 이광기 작가의 테잎 프로젝트가 테잎 자체, 물건을 보낸다는 행위가 또다른 해석과 사용을 전제로 하며, 그의 메시지(통신3사에 대한 항의) 전파가 목적이라고 생각해 ‘개념적 오브제’로서 그의 작품을 해석,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사물은 초즈의 치즈를 골랐다‘(La chose chose Chose’s cheeze)라는 알쏭달쏭한 제목의 이번 한큐 윤진섭 작품전은 그동안 크리큐라티스트(cricurartist:critic+curator+artist:비평전시기획작가)를 표방해온 윤진섭이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해본 첫 자리다.

윤진섭은 1976년 이후 40년간 작가, 비평가, 전시기획자로 활동해왔다. 1970~80년대 한국 현대미술 중 가장 돋보이는 성가를 이룬 단색화 연구에 매진하며, ‘한국의 단색화전’ 등 주목할만한 전시를 기획해온 그는 2007년 퍼포먼스 활동을 재개했다. 당시 왕치(王治/Wangzie)라는 예명을 사용했으나 이번 전시에선 ‘Han Q’라는 예명을 들고 나왔다. 그가 천명한 Han Q aka Wangzie aka Yoon, Jin Sup은 양파처럼 아무리 껍질을 벗겨도 한마디로 정의되지 않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탐색을 가리킨다.

한 달간 열릴 이번 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전시처럼 고정된 게 아니라 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에 따라 작품이 수시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전시는 매순간 변하는 인체나 사회처럼 하나의 유동체로 작동할 예정이다.
한큐 윤진섭 작품 ‘50년 후'

한큐 윤진섭은 “나의 관점은 이처럼 기존의 전시문법의 ‘관례(convention)’와 ‘틀(frame)’을 바꿔보자는 데 있다. 나는 한번 설치되면 작품이 철수될 때까지 고착돼 있는 전시를 ‘죽은 전시(dead exhibition)’로 규정한다. 그것은 시체처럼 비활성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작품은 전시장에 설치되는 순간 죽는다. 전시가 장례식이 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인공호흡을 하거나 정신을 차리게 따귀를 때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윤진섭은 이번 전시가 지난 70년대 이후 미술활동을 해오면서 경험한 것들의 총화가 되길 바라고 있다. 그는 일상과 예술의 일치는 지난 몇 년간 스스로의 삶을 대변해 주는 키워드로, 예술은 ‘따로 국밥’이 아니라 ‘잡탕’이자 ‘짬뽕’이며, ‘비빔밥’이라고 강조했다.

전시 오프닝 날에 한큐는 폐품으로 만든 오브제를 몇 점 내걸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인생의 다이너마이트‘는 다이너마이트처럼 생긴 오브제다. 이는 인생에 대한 하나의 비유로, 보는 사람들 각자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보일 것이다. 오프닝에서 이건용, 성능경과 함께 퍼포먼스를 펼쳤듯 작가는 전시 기간 중에도 자신의 삶과 연결된 퍼포먼스를 펼친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사물을 사용한 작업들도 매번 바꿔가며 전시할 예정이다.

‘사물은 초즈의 치즈를 선택했다’라는 제목은 한큐가 어떤 계기로 갑자기 떠오른 3개의 똑같은 단어들(하나는 불어, 둘은 영어)을 조합한 것이다. 윤진섭은 “내가 페이스북에 이 문장을 올렸을 때 나의 페이스북 친구인 프랑스인 알랭 파페로네는 불어로 번역할 경우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무릎을 쳤다. 그렇지! 세상에는 말이 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아. 그런데도 사람들은 잘 살아가지 않던가? 비트겐슈타인의 잘 알려진 말처럼 문제가 없으니 해답도 없지 않은가”라고 했다.

yrlee@heraldcorp.com

한큐 윤진섭 작품 ’이상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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