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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아현고가도로
서울시의 중앙버스전용차로는 친환경 도시계획의 모범인 브라질 쿠리치바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쿠리치바는 40여년 전 도시의 급팽창에 대응해 도심에 고가도로를 건설하려다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로 이를 포기하고 중앙버스전용차로와 급행간선버스(BRT)를 세계 처음으로 도입했다. 건설비는 지하철의 10~20%에 불과했지만 효과는 탁월했다. 3단계 굴절버스인 BRT는 일반버스보다 훨씬 많은 승객을 태우고 지하철 못지않은 속도를 냈다. 지하철 탑승구의 축소판인 원통형 환승센터를 2~5㎞마다 설치해 승객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버스 이용이 편리해지자 주민은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현재 180만에 가까운 쿠리치바 시민의 85%가 BRT를 이용하며, 하루 이용객은 200만명에 달한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쿠리치바 인구가 배로 늘었지만, 차량 통행량은 30% 감소했다. 이는 환경개선과 교통체증 해소로 이어졌다. 1990년대 이후 ‘사람’ 중심의 이 교통시스템이 각광을 받아 서울은 물론 미국 LA, 콜롬비아 보고타, 필리핀 세부 등 많은 곳에서 이 모델을 채택했다.

한국 최초의 고가도로인 서울 아현고가도로는 쿠리치바가 이런 교통시스템을 계획하던 1968년 건설됐다. 이 고가도로가 노후화해 45년 만에 철거되고, 거기에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들어선다고 한다. 고가도로는 고도성장기 도심 교통체증 해소에 큰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하나하나 사라지고 있다. 청계고가도로도 사라졌다. 이번 아현고가도로 철거가 속도보다는 삶의 질을, 성장과 개발, 자본의 이익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해준 디지털본부장/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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