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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그대' 도민준과 미라가 자극하는 상상력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미라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벌떡 일어나 해리슨 포드나 브렌든 프레이저와 한판 겨룰 것도 같고, 전우치의 손에 닿자 금새 가루로 변할 것만 같다. 뼈만 앙상하다면 모를까, 신체의 모습이 남아있기에 그가 생전에 뭘 했으며, 왜 죽었을까 궁금증을 유발한다.

금세기 망자가 아니기에 그가 살던 수백년전 우리의 모습을 추정해 보는 일도 흥미롭다. 미라의 살아생전 라이프 스토리, 그가 살던 시대의 풍속도를 추정해보는 것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400년을 살아온 주인공 도민준(김수현 분)를 지켜보는 일 만큼이나 흥미롭다.

이집트의 투탕카문 미라와 2002년 9월 파주에서 발견된 미라는 같을까. 미라에 내시경검사를 할 수 있을까. 미라와 냉동인간의 관계는? 궁금한 것이 너무 많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가 4일 펴낸 ‘과학탐험대, 우리나라 미라의 비밀을 밝히다’에는 남녀노소가 갖고 있는 숱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어린이용이라지만 어른이 봐도 흥미진진하다.

▶사연없는 미라 없다=우리나라에서는 12점의 미라가 발견됐다. 사연없는 미라가 없다. 놀랍게도 미라에 내시경을 들이대고 단층촬영까지 해본 결과이다. 12년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된 파주 모자(母子) 미라는 분만중 사망한 경우이다. 보존이 잘 되도록 분묘하는 것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부잣집 며느님이었지만 산고는 여염집 아낙과 다를 것이 없었다. 임산부 미라는 키가 약 153.5㎝였고, 치아상태로 추정한 나이는 23세였다. 그녀가 죽은 지 수백년 뒤에야 집도한 21세기 의료진은 그녀가 자궁파열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양주에서 미라상태로 발견된 소년은 사망당시 우리 나이로 여섯살이었다. 나이 치고는 작은 편인 102㎝였는데, 알고보니 기생충 감염 합병증에 의한 사망이었다. 대변 봉투를 제출하는 기생충검사, 간염 예방접종만 받았더라면 안타까운 죽음은 없었을 것이다. 소년의 대장에는 회충, 편충, 간흡충의 알이 발견됐고, 간 조직에서 간염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다.

우리나라 미라와 이집트 미라는 둘 다 왕족이나 양반 등 고위층의 무덤에서 주로 발견된다. 하지만 보존방식을 다르다. 우리나라 미라는 기후나 매장 양식에 따라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만, 이집트 미라는 방부 처리 과정을 거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다.

회곽묘의 비밀=건조미라는 미라가 생성되는 가장 일반적인 조건이다. 시신을 썩게 하는 미생물은 수분이 없으면 살 수 없으므로 건조해진 시신은 썩기 어렵다. 남미 안데스 산맥 서쪽 아타카마 사막과 몽골 남부 고비사막에서 건조미라가 많이 발견된다.

공기차단 미라는 시신의 주변에 공기가 통하지 않아 썩지 않고 그대로 보관된 경우이다. 우리나라의 회곽묘 미라와 유럽의 늪지에서 발견되는 미라가 여기에 해당된다. 파주 모자 미라가 대표적이다. 회곽묘(灰槨墓, 내부가 회벽인 묘)에서 발견된다. 광주시립민속박물관 조희정 연구사는 최근 평화방송에 출연해 “조선시대 상류층이 썼던 묘의 한 가지가 회곽묘이다. 회는 석회를 말하는데, 시신을 넣은 내관을 내곽에 넣고, 석회와 황토, 모래를 섞어서 6면을 바른다. 그러면 두텁게 발라진 석회가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져서 한 쪽은 외부 공기나 동식물의 침투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무덤 속 시신이 입었던 옷이나 관내 기물들이 그대로 보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후난성 창시시에서 발견된 마왕퇴 미라는 시신을 밀봉하기 위해 목관과 목곽을 사용하였으며 숯과 백색 점토로 무덤 주위를 감쌌다. 무덤 속의 높은 수은 농도는 시신의 미라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북유럽,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에서 발견된 습지미라 역시 공기차단 효과에 의해 생성됐다.

냉동미라는 SF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아이템이다. 시신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기후는 시신이 썩지 않고 보존될 수 있다. 대표적인 냉동미라로는 알프스 산맥에서 발견된 아이스맨 외치와 페루의 얼음 소녀 미라가 있다. 또한 알타이 산맥에서도 냉동미라가 발견된다.

▶이집트의 과학적 시신보존법=인공미라는 고대문명이 발달한 이집트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된다. 칠레의 카마로네스 계곡에서 발견된 친초로 미라는 현존하는 인공 미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사망 시기는 약 5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친초로 미라는 박제와 인형의 중간 형태로 팔다리를 펴고 진흙으로 감싼 후 매장됐다.

이집트 미라는 6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1. 시신을 미라 만드는 곳으로 옮겨서 깨끗이 씻은 후, 몸의 왼쪽 부분을 갈라 심장을 제외한 내부 장기를 모두 꺼낸다.(장기 보관 용기를 카노푸스 단지라고 부름)

2. 긴 갈고리로 뇌를 꺼낸다.

3. 시신의 방부 처리를 위해 몸에 천연 탄산소다를 덮는다.

4. 약40일 동안 시신이 마르기를 기다린다.

5. 약40일이 지나면 나일강 물로 씻은 다음 몸속에 톱밥, 나뭇잎, 천 조각 등을 넣고 기름을 발라 사체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다.

6. 아마포로 미라를 감는다.(아마포는 아마의 섬유로 만든 직물로, 리넨(linen)이라고도 한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번에 발간한 책자를 대전광역시 등 충청지역 초등학교에 배포하고, 원문은 누리집(www.nrich.go.kr, 자료마당-문화유산연구지식포털-보존과학연구-기타)에 올려놓았다./abc@heraldcorp.com



■국내에서 발견된 미라와 과학적 분석방법

1. 양주 소년 미라(5.5세 전후로 추정) 2001년 11월 발견.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 도입. 기생충 분석

2. 파주 모자 미라(23세 추정) 2002년 9월 발견. 배 속에 태아가 남아있는 임신부 미라 MRI 및 CT 촬영, 조직의 미세구조 관찰

3 일산 미라(흑미라, 64세 추정) 2003년 발견. 치아의 3차원 영상을 통한 사망나이 추정

4 안산 미라(봉미라, 51세 추정) 2003년 발견. 치아의 3차원 영상을 통한 사망나이 추정

5. 학봉장군 미라(42세 추정) 2004년 5월 발견.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미라. 국내 미라의 내시경검사 최초 시행

6. 장성 미라 2006년 3월 발견. 국내 최초 64채널 MD-CT 촬영 통한 입체영상 시도

7. 강릉 미라 (61세 추정) 2007년 11월 발견. MRI 및 CT 촬영,기생충 분석.

8. 나주 미라(40대 중반 추정) 2009년 4월 발견. MRI 및 MD-CT, 내시경 촬영

9. 하동 미라 2009년 5월 발견. 파주 모자 미라에 이어 두 번째로 임신 중에 사망한 미라.

10. 문경 미라 2010년 4월 발견. 국내 미라의 안정동위원소 분석 최초 시행. CT 촬영, 기생충 분석, 목관 수종분석

11. 오산 9미라(10대 후반 추정) 2010년 5월 발견. 한 남편의 두번째 부인. MD-CT 촬영, 세균 분석.

12. 오산 6미라(30대 초반 추정) 2010년 6월 발견. 한 남편의 첫번째 부인. MD-CT 촬영, 세균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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