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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모창 문화의 진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똑같은 하늘에서 낮이면 해가 뜨고 밤이면 달이 뜨잖아요. 우리는 그런 사이죠.”

조용필 모창가수 주용필은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원조가수와 모창가수의 관계를 ‘해와 달’로 비유했다. ‘가짜’ ‘짝퉁’ 으로 놀림받는 모창가수에게 원조들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다. 얼마 전 작고한 나훈아 모창가수 ‘너훈아’ 김갑순 씨는 평생 나훈아 히트곡을 불렀지만 생전에 나훈아와 한 무대에 선 일이 없다. 그의 장례식장에도 나훈아 씨는 결국 나타나지 않아 저승 가는 길도 배웅받지 못했다. 원조들은 모창가수들이 행여 자기네 이미지를 깎아먹지나 않을까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확 달라졌다. JTBC의 모창 대결 프로그램 ‘히든싱어’가 등장하고부터다. 지난 주말 히든싱어 왕중왕전 무대에 선 3인은 원조뿐만 아니라 팬들의 사랑도 받고 있다. ‘용접공 임창정’ 조현민이 부른 ‘소주 한잔’은 네이버 다시보기 100만건을 훌쩍 넘었을 뿐만 아니라 팬클럽까지 생겼다. 이날 우승을 차지한 ‘연대생 휘성’ 김진호는 휘성 소속사 YMC엔터테인먼트에서 앨범 발매를 준비 중이다. 임창정, 휘성, 김범수, 윤도현 등 원조들은 모창능력자들 덕분에 잊혔던 곡들이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공연 티켓은 전석 매진이다.

히든싱어 모창능력자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우상인 원조가수를 바라보며 삶을 지탱해 왔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정작 힐링을 체험하는 쪽은 원조들이다. 자신보다 더 자신들을 사랑하는 모창자들을 보며 눈물을 쏟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한다. 모창 1세대 가수들의 애환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모창자와 원조가수의 관계는 이제 ‘해를 품은 달’로 비유해야 하지 않을까.

문호진 논설위원/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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