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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뱀 · 독거미 · 악어 · 늑대…움직이는 것은 다 키운다
포유류·곤충류·파충류·절지류 등 다양
출신지도 아프리카·남미·인도·북극까지

특이 애완동물 수요 늘면서 밀수 성행
검역 안거쳐 풍토병 국내유입…생태교란도



벵골 호랑이와의 표류기를 다룬 소설 ‘파이 이야기’에서 저자 얀 마텔은 ‘만일 도쿄를 거꾸로 뒤집어 흔든다면 보아뱀, 코모도 도마뱀, 악어, 타조, 늑대, 살쾡이, 왈라비, 해우, 호저 오랑우탄, 멧돼지… 이런 동물들이 우산 위에 빗방울처럼 쏟아질 것’이라고 썼다. 사람들만 사는 것처럼 보이는 대도시에, 얼마나 많은 동물이 함께 살고 있는지를 강조한 설명이다. 

이는 비단 도쿄의 얘기만은 아니다. 한국의 수도 서울을 뒤집어 흔든다면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동물이 바닥에 떨어질 것이다.

근래 몇 년간 진행된 이색 애완동물 열풍은 ‘바닥에 떨어질’ 생물의 수와 종류를 상상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애완동물 천태만상=애완용으로 키울 수 있는 생물의 종류는 사실상 ‘움직이는 거의 모든 것들’이다. 굳이 종류를 나누자면 포유류, 곤충류, 절지류, 파충류 등이다.

TV에서 봤거나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은 이미 우리 주변에 애완용이라는 이름으로 자리하고 있다. 출신지도 다양하다. 아름다운 흰색 털을 입고 있는 북극지방의 북극여우부터, 아프리카 사막에서 서식하는 사막여우, 북미 지역 출신인 프레리도그와 인도 지방에서 온 전갈, 남미 열대우림에서 살고 있는 초대형 거미인 타란툴라, 특이하게 진화한 피부 덕에 활강이 가능한 날다람쥐도 애완용이 돼버린 지 오래다.

인터넷 상에는 가격까지 명시돼 나온다. 이미 시장이 형성됐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적정가격이 매겨질 정도로 거래가 공공연하다는 얘기다. 예컨대 북극 여우의 분양 가격은 200만~300만원대이고, 키우기가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한 사막여우는 1000만원을 호가한다. 영화 ‘독거미’ 덕분에 유명세를 탄 거미 타란툴라의 경우 저가가 3만원부터 시작한다. 프레리도그는 40만원대, 다람쥐는 20만원대가 일반 가격으로 책정돼 있다.

유명인들이 키우는 특이 애완동물들도 주목받는다. 가수 윤민수 씨는 집에서 악어를 애완동물로 키우고, F4의 멤버 김준 씨는 염소를, 엠블렉 미르 씨는 뱀을 애완동물로 키우고 있다. 전원일기에서 ‘응삼이’ 역할을 맡았던 박윤배 씨는 전갈을 집에서 키우고 있으며, 미스코리아 정소라 씨도 뱀을 애완용으로 키우면서 특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연예인에 이름을 올렸다.

프레리도그, 타란툴라, 사막여우, 북극여우, 전갈, 나무늘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에버랜드]

▶밀수 성행=특이 애완동물에 대한 수요가 크다보니 밀수도 성행한다. 희귀동물 판매 사이트에는 ‘나무늘보 분양합니다’, ‘슬로우리스 원숭이 팝니다’ 등의 판매 공고가 올라온다. 그러나 이들 동물들은 정상적인 검역절차를 거치지 않아 풍토병이나 외래 질병을 국내로 유입할 가능성이 있는 종류의 동물들이다. 한때 애완동물로 널리 인기를 끌었던 청거북이나, 상업용으로 수입된 뉴트리아가 현재는 생태교란종이 된 것도 무분별한 수입이 원인이었다.

밀수엔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된다. 개를 보관할 수 있는 케이지의 바닥에 공간을 마련해 갓 나온 새의 알을 수입하거나, 버젓이 여행가방에 구관조 50여마리를 태국에서 밀수해오다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때로는 초고속 국제 택배를 통해 별다른 제재 없이 세관을 통과하기도 하고,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는 컨테이너에서 대량 밀수되던 악어 새끼들이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다보니 관세청은 지난해 8월 태국 원숭이 밀수 예방을 위해 X-레이 검사 강화 방안 등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은 지난 1993년에 멸종동식물보호국제협약(CITES)에 가입, 검역절차를 거치지 않은 동물의 수입은 금지돼 있다. 이구아나 역시 CITES가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동물들이지만 서울 청계천 애완동물 상가에선 판매되고 있다. 문제는 판매상 대다수가 ‘수입된 동물의 2세’라고 밝히는데, 밀수된 동물인지 실제로 2세인지를 구분키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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