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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조진래> 春鬪 막지 못하면 3개년 계획도 없다
올해가 최악의 춘투(春鬪) 시즌이 되리라는 것은 이미 안 봐도 뻔하다. 동투(冬鬪) 조짐마저 보인다. 공공부문 개혁을 둘러싼 노사 충돌, 대법원 판례와 관련한 통상임금 조정 갈등, 여기에 한국노총의 강성 지도부 출범까지. 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열심히 짜고 있는데, 노동계가 영 받쳐주지 못할 것 같다.

공공부문 노조는 정부의 공기업 혁신 주문에 집단행동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회사가 문 닫아도 직원고용은 보장해 줘야 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임금 삭감은 없고, 소송에서 1심만 승소해도 즉각 해고직원 복직을 해 줘야 하고, 감원도 노조와 사전 ‘합의’해야 하는 막무가내 단체협상을 국민 누가 납득하겠는가. 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줄곧 공기업 혁파를 외쳐 왔건만, 공기업 노사의 혁신 의지는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전체 임직원 25만4032명(2012년 기준) 가운데 억대 연봉자가 8.4%(2만1229명)에 이른다. 전체 근로자의 억대 연봉자 비율은 2.6%에 불과하다. 일반 근로자들이 누리지 못하는 상상 이상의 복지혜택까지 감안하면 공기업의 실제 억대 연봉자 비율은 10%도 넘을 것이다. 마치 북유럽 초(超)복지 부국에서나 누릴 법한 혜택이다. 스웨덴 같은 나라는 회사가 망해도 근로자들은 멀쩡하다. 임금의 80%를 실업수당으로 보전받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2008년 금융위기 때 볼보 같은 국민 기업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근로자들은 무덤덤했다. 스웨덴 국민들은 그러나 이런 보장의 대가로 수입의 절반을 세금으로 낸다. 우리는 그 절반 정도다. 우리 공기업의 과도한 복지를 서민들의 쌈짓돈으로 보전해 주고 있는 셈이다. 1000조원에 이르는 공공부문 부채의 책임도 국민 대다수가 과잉 복지와 방만 경영 탓이라 생각하는데 본인들은 정부의 공공사업 떠넘기기와 원가 이하 요금제 탓이라고 회피한다.

또 다른 첨예한 노사 현안은 대법원 판례에서 시작된 통상임금 논란이다. 고용노동부가 새 단협 이후 적용이라는 원칙 하에 새 임금체계의 소급 적용을 불허하고 재직 근로자에 국한한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하자 노동계가 들끓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노총 새 위원장은 “시대는 용감한 투사를 원한다”며 민주노총과 연대해 초강경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새 임금 체계는 소급 적용을 않는 게 맞다. 새롭게 바뀌는 임금체계를 몇 년 전으로 돌려 더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지금 시급한 것은 한 달 이상 공백상태인 위원회를 하루 빨리 정상화시켜, 그 안에서 노ㆍ사가 싸우고 봉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를 밖으로 가져가게 되면 정치 투쟁으로 변질되게 마련이다. 그리 되면 노사 해법은 더욱 찾을 수 없게 된다.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 노사정위원회 테이블로 노와 사를 앉혀야 한다. 지금은 노도, 사도 서로에게 손 내밀 형편이 아니다. 이럴 때 정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과 근로시간 단축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대타협을 이끌어 내야 한다. 노사 안정 없이는 3개년 계획도 없다.

조진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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