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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박종구> 저성장의 충격과 여성의 역할
저성장시대의 새 성장엔진
여성의 경제활동서 찾아야

고용유연성 제고·재교육 필수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 절실


지난해 ‘유리천장’을 깨뜨리는 신선한 뉴스 두 개가 있었다. 보수적인 우리나라 은행업계에서 권선주 IBK기업은행 부행장이 최초로 여성 행장으로 내정됐다. 미국에서도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GM의 최고경영자로 메리 바라가 취임했다. 메리 바라는 최근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GM의 화려한 재기를 선언하며 공격적 경영행보를 이어갈 것임을 천명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3%대로 떨어졌다. 지구촌에서 저출산, 고령화의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가 됐다. 저성장이 뉴노멀이 된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을 보다 활발한 여성의 경제활동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유리천장이 여전히 견고하며 경력단절여성의 고용시장 재진입이 쉽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3년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11위로 거의 꼴찌권이다. 여성 고용률은 5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7.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25~54세 여성 고용률은 61.2%로 OECD 평균 66.2%에 훨씬 떨어진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 역시 OECD 최하위권이다.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은 4.1%, 공공기관 임원 비율은 8.4%다. 민간기업은 훨씬 낮은 2% 수준이다.

결혼ㆍ출산ㆍ육아 등으로 직장을 떠난 경력단절여성이 활발히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때 성장잠재력이 높아질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대졸 이상 기혼경단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4.3%가 재취업의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응답자의 41%가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기 때문에 집안일을 직접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답했다. 직장을 떠난 이유로는 예상했던 대로 “결혼ㆍ임신ㆍ출산 등으로 힘들어 스스로 그만뒀다”가 41.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는 55세 이상 여성의 54%가 취업의사가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다시 일하고 싶은 의사는 있지만 일ㆍ가정 양립의 어려움, 낮은 급여 등으로 적극적으로 고용시장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력단절여성의 고용역량을 높이기 위한 체계적인 재교육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정부는 맞춤형 일자리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성 친화적인 직종에 대한 무상 직업훈련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 디자인, 섬유패션, 소프트웨어, 영상제작 등 여성 친화적 직종을 적극 발굴하고 취업지도와 관련 인프라 구축에 노력해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일본은 근로여성의 35% 정도가 파트타이머로 우리나라의 18.5%보다 월등히 높다.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같은 북유럽 국가의 여성 고용률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도 시간제 일자리 같은 유연한 고용형태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여성의 고용시장 재진입을 가로막는 중요한 장애요인의 하나가 낮은 임금과 남녀 간 임금불평등 문제다. 고용유연성을 높여 실질적인 남녀 임금격차를 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호응을 얻고 있다. 고용유연성 제고→다양한 고용형태 촉진→여성 수요 증대→임금상승의 선순환 구조가 작동돼야 한다.

일과 가정이 양립될 수 있는 근무환경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 일하기 좋은 기업의 조건으로 출산ㆍ육아 걱정 없는 평생직장 개념과 다양한 여성 근로자 지원제도가 꼽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사발전재단의 조사도 여성의 역할이 활성화된 기업일수록 경영성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난다. 여성 잠재력 지수 국제 비교에서 우리나라가 재진입 기회와 지속가능한 근무환경 지표가 바닥권에 머무른 것도 일과 가정이 균형 있게 조화될 수 있는 지원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여성이야말로 저성장 시대의 소중한 경제자원이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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