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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이매지너리 프렌드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육아 커뮤니티에서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엄마들의 고민 중 하나는 상상친구(Imaginary Friend)다. 아이가 보이지 않는 친구나 동물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엄마의 입장에선 매우 당황스러운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상친구가 현실과 상상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정상적인 발달 과정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상상친구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떨까?

미국의 작가 매튜 딕스의 신작 ‘이매지너리 프렌드(비룡소)’는 이러한 가정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철저히 상상친구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전복적인 설정을 취하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부도’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8살 소년 ‘맥스’가 만든 상상친구다. 상상친구들은 오직 자신을 만들어 낸 아이의 눈에만 보이지만, 상상친구끼리는 그들만의 세계를 공유한다. 벽에 묻은 검은 얼룩의 모습을 하거나 종이인형의 모습을 한 상상친구도 있지만 ‘부도’는 다른 상상친구들이 인간으로 오해할 만큼 인간과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상상친구는 아이가 상상하는 순간 태어나기 때문에 수명과 모습이 제각각이다. 따라서 아이가 상상친구를 믿지 않게 되는 순간 상상친구는 사라지게 된다.

철저히 자기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맥스’는 ‘부도’ 없이는 일상생활을 이어 나가기 힘들다. 특히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이 닥쳤을 때 ‘부도’는 ‘맥스’를 구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부도’ 역시 ‘맥스’가 자신을 필요로 할수록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부도’는 ‘맥스’가 자폐증을 앓고 있어 5년 째 삶을 지속해오고 있다. 하지만 ‘맥스’가 진짜 위기에 처했을 때 ‘부도’는 자신의 존재를 위험에 놓아야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맥스’가 스스로 행동할 수 있게 자란다는 것은 ‘부도’의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자신을 상상해 낸 아이가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고 잊어버리는 순간 생을 다하는 존재들의 묵직한 슬픔을 보여준다. 동시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곁에 존재하며 자신을 지켜 줬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독자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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