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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안철수 신당 ‘찻잔속 태풍’ 되지 않으려면
새 정치 결사체 조직을 구상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 마침내 출사표를 던졌다. 3월 말까지 창당을 마치고 6ㆍ4 지방선거에 17개 광역단체장 후보를 모두 낸다는 게 그 요지다. 그의 출사표에는 한국정치의 혁신, 산업화ㆍ민주화를 뛰어넘는 새 시대 패러다임, 극단주의ㆍ독단론을 배제하는 통합의 정치, 생산적 정치구조 창출 등의 키워드가 담겼다. 한국 정치 발전에 좋은 자극제가 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당장 6ㆍ4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안 의원의 행보는 벌써부터 기정 정치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그가 민주당을 향해 던진 ‘양보론’은 매우 실망스럽다. 안 의원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선에서 50%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갖고도 5%에 불과했던 당시 박원순 변호사에게 출마를 양보한 바 있다. ‘아름다운 양보’라는 일각의 평가처럼 당시로선 신선한 충격이었고, 이런 스토리를 발판으로 그는 단숨에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제 와 ‘양보’ 운운하는 것은 그때의 양보가 보상을 바라는 대가성 거래이자, 흥정거리였음을 자인하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안철수 신당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관념적ㆍ공상적’이라는 비판을 극복해야 한다. 당면한 정치적 쟁점에 대해서는 구체적 대안도 제시하고 합리적 돌파구도 함께 찾아야 한다. 지금 정치권은 의료 민영화, 공기업 개혁, 남북관계 경색, 교과서 이념 논란 등을 놓고 맞서고 있다. 이런 현안을 둘러싼 대치정국을 싸잡아 구태정치라고 관전평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새 정치에 걸맞은 새로운 인물의 영입, 획기적인 조직 시스템도 신당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안철수 신당 측은 광역단체장 후보를 모두 내겠다고 밝혔지만 인물난에 허덕일 정도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금까지 영입한 인사들이 “민주당에서 실패했고, 공천 탈락하거나 그 주변세력들”이라는 민주당 일각의 쓴소리도 새겨들어야 한다.

안 의원은 야권 후보 단일화나 연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강조한 것은 긍정적이다. 정당이 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못하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 물론 이로 인해 야권 분열과 새누리당의 어부지리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이 또한 ‘안철수 신당’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래야 창당 출사표에서 표방한 ‘100년 정당’이 가능하다. 노무현의 열린우리당은 100년 정당을 표방했으나 4년 만에 사라졌다. ‘일시적 바람’으로 일어난 정당의 생명력은 한계가 있다. 안철수 신당이 반면교사로 삼아 초심을 잃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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