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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우성’ 가득한 정보유출대란 창구 가보니…재발급 필요없다는 은행 vs 카드 없애겠다는 고객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ㆍ권재희 인턴기자] “비밀번호 유출이 안됐으니 카드를 재발급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로 홍역을 앓고 있는 금융3사가 “주요 정보는 유출 되지 않았으니 재발급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고객 회유에 나서 비난을 사고 있다. 고객들은 이에 “재발급 받을 필요가 없다면 카드를 없애겠다”며 맞서고 있어 은행이나 카드 창구 현장은 일촉즉발의 분위기마저 연출되고 있다.

22일 서울 시내의 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일부 지점에는 개인정보유출 관련 상담을 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은행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전날 카드사 콜센터가 마비되고 일부 지점에서는 21일 오후께부터 대기번호가 700번을 넘어가면서 허탕을 치고 돌아간 사람들도 있어 불만이 가중된 상황이었다.

특히 고객들을 더욱 화나게 만드는 것은 각 업체들의 안일한 태도였다. 롯데카드의 경우 롯데백화점 내에 카드센터가 마련돼 있어 21일엔 백화점에 카드관련 업무를 보러 온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백화점에서는 “카드 비밀번호가 유출되지 않았다”며 카드 재발급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방송을 내보내 고객들의 불쾌감을 사기도 했다. 국민카드 역시 각 지점과 SNS 등을 통해 “유출된 고객 정보는 카드번호, 유효기간, CVC값 등 중요정보를 포함하지 않는만큼 불법사용의 가능성이 없으므로 비밀번호 결제계좌 등은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홍보하고 있다. 국민은행 명동지점을 찾은 서모(30) 씨는 “주민등록번호와 카드 사용에 필요한 제반 사항들이 유출됐는 데, 은행들은 가능성이 있는 모든 피해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유출 범위를 축소하는 데만 급급하다”며 업체들의 행태를 비난했다. 


상황이 이렇자 이용자들은 재발급보다는 카드를 해지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실제로 카드 재발급을 위해 롯데카드를 찾은 안모(46) 씨는 “카드 재료가 부족해 재발급받는 데 일주일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며 “마트나 백화점은 모두 롯데카드를 이용해서 가능하면 재발급받으려 했으나 재발급받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만 강조하는게 어이없어 그냥 카드를 없애려고 한다”고 했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21일까지 이처럼 3개 카드사에 카드해지(탈회포함)를 신청한 건수는 국민카드 35만7000건, NH농협카드 35만2000건, 롯데카드 6만6000건으로, 이틀 만에 77만 건을 육박했다. 해지 또는 재발급 신청자 174만6000건의 약 45%에 이르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자칫 ‘카드런’으로 이어질 수 있어 노심초사하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금융정보가 유출된만큼 별다른 사고가 없더라도 신용카드는 재발급하고 체크카드나 통장 비밀번호는 변경하는 게 좋다”고 했다. 또 “은행에서는 절대 전화, 문자, 이메일 등으로 개인의 금융정보를 물어보지 않기 때문에 금융권을 사칭하는 문의가 왔을 때는 결코 수신해서는 안된다”며 “금융사들이 금전적 손실을 변상하겠다고 했지만 고객이 카드번호나 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하거나 알려줄 경우 구제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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